기후에너지부 출범 맞물려 기술 협력 강화 움직임
히타치 손잡고 'HVDC 동맹' 구축
HD현대일렉트릭은 16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한국-스웨덴 지속 가능 파트너십 서밋'에서 히타치에너지와 'HVDC 기술에 대한 전략적 협력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사장과 니클라스 페르손히타치에너지 전력솔루션사업부 CEO(최고경영자) 등 양사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정부의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 추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산화 정책에 발맞춰 단계적으로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국내 HVDC 시스템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양사는 향후 HVDC 프로젝트의 최적 계약 모델과 실행 구조를 공동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의 국산화 정책 방향에 따라 변환설비·변압기·제어시스템 등 HVDC 송전망 시스템 전반에 대한 최적의 기술 협력 방안도 논의한다.
전압형(VSC) HVDC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 적용되는 모델이다. 실시간 양방향 전력 흐름 제어가 가능해 재생에너지 연계에 적합하다. 스웨덴 히타치에너지는 전 세계 70% 이상의 전압형 HVDC를 공급한 실적을 보유한 업체다.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 전압형 HVDC 사업인 완도-동제주 구간 시스템을 준공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 사업에 초고압변압기를 공급한 바 있다.
서해안 프로젝트 주도권 잡는다
HVDC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적 인프라 사업으로 평가된다. 교류(AC) 대신 직류(DC)로 전력을 송전하는 기술이라 거리나 부하 조건에 따라 전력 손실이 커지는 기존 교류 송전과 달리 손실이 적고 장거리 대용량 전송에 유리하다. 두 지역 간 전력망이 다른 주파수로 운영될 때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어, 국가 간 송전이나 해상풍력 단지 연결에 폭넓게 쓰인다. 정부가 HVDC를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의 핵심 기술로 지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후에너지부의 공식 출범으로 정부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사업은 2030년까지 호남지역 재생에너지 단지와 수도권을 전력망으로 연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정부가 약 11조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40년까지는 호남에서 영남과 동해안을 잇는 U자형 전력망으로 확장될 계획이다. 정부가 HVDC 기술을 기반으로 전국 주요 권역별 ‘전력 고속도로’ 구축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기술적 장점과 재생에너지 연계 효율성 때문이다.
글로벌 HVDC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세계 HVDC 송전 시장 규모는 작년 107억 달러(약 15조원)에서 2030년 194억 달러(약 27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10.3%에 달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히타치에너지와의 HVDC 기술협력과 함께 울산 사업장 내 건설중인 신공장을 HVDC 변압기 전용 생산시설로 활용해 이 분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2030년까지 2GW급 새만금-서화성 구간 실증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준공 경험을 보유한 신뢰성 높은 기업의 참여가 필수"라며 "히타치에너지와의 협력을 토대로 이번 실증사업은 물론 글로벌 HVDC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