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워치]댓글 입틀막, 그럴만큼 한가한가

이학선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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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신문법 개정안에 "아웃링크 의무화"
댓글 부작용 매달리다 미디어 환경변화 간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초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뉴스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규제대상에선 빠져있는 구글 등 해외 포털사업자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하고 네이버·다음과 같은 일정규모 이상의 포털은 언론사 기사를 아웃링크로 제공토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눈길을 끈 건 아웃링크 의무화다.

아웃링크란 포털에 뜬 뉴스를 클릭할 때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해주는 걸 말한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업자는 △언론사에서 기사를 구매해 포털 뉴스화면에 직접 띄우는 인링크 방식과 △언론사 홈페이지로 독자를 보내주는 아웃링크 방식을 병행하는데, 최 의원은 아웃링크만 허용하자고 했다. 

뉴스를 포털에서 보든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보든 독자나 언론사, 포털이 선택하면 될 일을 굳이 법률에 못박겠다는 건 무언가 의도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최 의원은 제안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특정 세력에 의해 댓글을 통한 인위적 여론조작과 허위조작정보의 유포가 벌어지고 있어 민주적 여론형성이 위협받고 있음."

지금의 포털 댓글 시스템에 대한 불편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아웃링크 방식에서는 댓글 하나를 달기 위해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해 로그인을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무래도 댓글수나 댓글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포털 댓글에 대한 경계심은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은 포털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며 아웃링크를 강제하는 신문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아웃링크의 단계적 도입을 추진했다. 정치권은 포털의 힘을 빼고 댓글 입틀막을 하고 싶은 욕망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뉴스의 소비주체인 독자와 생산자인 언론에 대한 고민은 뒤로 밀렸다. 아웃링크 방식에선 뉴스를 클릭할 때마다 새로운 창이 뜬다. 로딩시간도 늦다. 광고 방식과 배치, 크기도 천차만별이라 자칫 잘못 누르면 엉뚱한 화면으로 끌려들어가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PC라면 몰라도 화면이 작은 모바일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독자 입장에선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한번에 볼 수 있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링크 방식이 더 편하다. 기자들도 언론사 홈페이지보다는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편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조회수를 노린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웃링크 방식에선 트래픽이 돈과 직결된다. 네이버가 2009년 아웃링크 기반의 '뉴스캐스트'를 도입한 이후 '충격', '경악', '숨막히는' 등의 제목을 단 선정적인 기사가 범람했듯 제2의 뉴스캐스트 시대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작성하는데 10분을 들인 '충격' 류의 기사가 열흘을 매달린 취재기사보다 더 많은 조회수, 더 큰 보상을 얻는 구조라면 우수한 기자와 좋은 기사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선의를 가진 독자의 후원으로 목을 잠깐 축일 순 있어도 안정적인 기사생산 구조는 조회수 경쟁에 밀려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최 의원이 월간 <말> 기자로 재직할 땐 기자정신으로 버텼을지 몰라도 그 땐 1980년대다. 강산이 네번 바뀌는 동안 X세대, 밀레니엄세대, Z세대가 언론사의 주축이 됐고 사명감을 이유로 '열정페이'를 요구하기도 어려워졌다.

기술적 조치를 법률로 강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아웃링크로도 악성댓글을 막지 못한다면 그 뒤는 어떻게 할 것인가. 포털이 아니어도 댓글을 확산할 공간은 얼마든 있다. 유튜브만 해도 그렇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구독자 224만명), <매불쇼>(279만명), <고성국TV>(131만명), <신의한수>(159만명) 등은 웬만한 언론사보다 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곳 댓글 잡겠다고 전세계인이 이용하는 유튜브 댓글 기능도 금지할 것인가.

미디어 생태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급속도로 무너지는 중이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포털은 검색의 종말을 예감하고 있고 언론사도 예외는 아니다. 여러 기사 내용을 하나로 합쳐 답하는 챗GPT나 제미나이를 보고 있으면 현타가 올 지경이다. 기자의 역할은 무엇이고 미디어와 플랫폼은 생존 가능할까라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한동안 잠잠했던 아웃링크를 끄집어낸 이번 개정안을 보면서 답답함이 더해졌다. 사용자와 1대1로 대화하는 챗GPT와 제미나이에는 댓글 기능이 없다. 인공위성 떠다니는 시대에 연 날리는 방법을 가져오라는 숙제를 받아든 기분이랄까. 미디어 환경은 아웃링크를 논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신문, 인터넷신문, 뉴스통신, 방송 및 잡지 등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사업자. 기사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공급받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업자를 말한다. 구글은 주사무소가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

인링크(Inlink):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공급받아 자사 홈페이지에 노출하는 방식. 네이버와 다음은 인링크 방식으로 기사를 공급하는 언론사에 한해 전재료 등을 지급한다. 이에 해당하는 언론사를 CP(Contents Provider)라고 부른다. 조선·중앙·동아·한겨레·경향·KBS·MBC·SBS 등 레거시 미디어, 머니투데이·오마이뉴스·이데일리·아이뉴스24 등 초창기 인터넷신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뉴스타파·더팩트·비즈워치·농민신문 등이 CP로 있다.

아웃링크(Outlink):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전환해 기사를 제공하는 방식.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과 검색제휴를 맺은 언론사 기사가 주로 아웃링크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포털은 검색제휴 언론사에 전재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트래픽을 줬으니 광고를 붙이든 말든 나머지는 언론사의 책임이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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