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자본 규제 도입 앞두고 '이중 관리' 부담 가중
"상황 따라 조달 방식 달라"…발행 늘어날 전망보험업계가 일제히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새 회계기준(IFRS17)에 따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관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다만 각 사가 선택한 방식은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유상증자 등으로 다양하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흥국생명은 발행규모, 발행금리, 예정 발행일 등은 시장수요에 따라 추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달 16일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DB손해보험은 금리 스텝업(Step-up) 조항이 없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무려 7470억원을 조달했다.
DB손보의 경우 사채발행대금이 납입되면 DB손보의 킥스 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213.3%에서 7.6%포인트 증가한 220.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79.7%에서 87.3%로 7.6%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등장…보험사 기본자본 킥스도 '있는 집만?'(8월12일).
RBC에서 킥스로…보험사 자본 확충 전략은?
다만 자본 확충 수단은 저마다 다르다.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유상증자 등 각각 장단점이 있어 보험사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선택이 갈리는 모습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킥스 규제 도입을 준비 중이라, 보험사들은 킥스 비율과 기본자본 킥스 비율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보험사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RBC에서 킥스로 전환되면서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보다 후순위채 발행에 집중했다. 과거 RBC 체계에서는 신종자본증권이 기본자본으로 100% 인정돼 발행 효과가 컸다. 그러나 킥스에서는 보완자본 전체가 가용자본의 50%까지만 인정되면서 신종자본증권의 효용이 줄었다.
게다가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길고 발행 조건도 까다롭다. 반면 후순위채는 비교적 발행이 수월하고 금리도 신종자본증권보다 낮아 보험사들이 선호하는 방식이었다.
킥스 체계에서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신종자본증권도 스텝업 조항이 있으면 후순위채와 동일하게 보완자본으로 들어간다. 다만 DB손보 사례처럼 스텝업 조항이 없는 신종자본증권은 요구자본의 10% 한도 내에서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유상증자는 기본자본을 직접 늘릴 수 있는 수단이라 건전성 지표 관리에 더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회사별 상황 달라…자본 확충 행보 계속될 것"
회사별 상황을 들여다보면 자본 확충의 배경이 좀 더 뚜렷하다. 흥국생명은 오는 11월 만기가 도래하는 후순위채 800억원에 대한 차환발행에 더해 선제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래에셋생명 역시 내년 4월로 예정된 후순위채 중도상환과 킥스 대응력 제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에 더해 흥국생명의 경우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 인수할 경우 킥스 비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이지스운용의 최소영업자본액(약 394억원)만 요구자본에 반영돼 흥국생명의 킥스 비율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푸본현대생명과 하나손보는 기초체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6월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과 하나손보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각각 59.5%, 22.7%다. ▷관련기사: 유상증자 결정한 푸본현대, 롯데손보와 달랐던 '이것'(8월22일).
카카오페이손보는 214.5%로 여전히 높은 킥스를 유지하고 있으나, 3월 말 대비 68.7%포인트 급락하며 변동성이 부각됐다. 또 2027년부터는 신생보험사에 적용되는 완화 규정이 종료돼 자본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카카오페이손보는 보험위험액 산출 시 고정된 기본계수를 적용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최근 3년 평균 손해율(합산비율)을 반영해야 한다.
카카오페이손보의 2분기 합산비율은 184%로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과 비용이 훨씬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손해율이 반영되면 요구자본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회사는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설 수밖에 없다.
DB손해보험은 최근 미국 보험사 포테그라 인수를 추진하면서 단기적으로 킥스 비율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자본 킥스 규제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DB손보는 포테그라 인수로 킥스 비율이 15~2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인수 후에는 연간 킥스 비율이 2%포인트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자본 구조와 필요성이 달라 선택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본 조달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