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계약자지분조정 8.9조…자본 포함 전망
감독회계상 자본 인정은 제한…킥스 변화는 없어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들의 일탈회계 적용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질의회신 절차를 통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질의회신은 기업이나 회계법인이 회계기준 적용에서 해석상 어려움이 생겼을 때 질의하면 공식적으로 답변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이번 조치를 올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생명보험협회가 질의를 내면 회계기준원과 보험업계, 회계법인, 교수 회의체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모든 생보사가 일탈회계를 적용하고 있는 현 상황은 국제회계기준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탈회계 적용이 중단되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이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장기 보유할 계획이라 새 회계기준(IFRS17) 기준에 따른 유배당보험 배당금 관련 부채가 0원으로 산출된다. 이 경우 기존에 별도 부채로 잡아온 '계약자지분조정'이 사라지면서 부채는 줄고 자본은 늘어나게 된다.
그동안 예외 허용했는데…
2022년 말 금융당국은 새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을 앞두고 삼성생명이 과거 판매한 유배당보험의 계약자 배당금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으로 분류하도록 허용했다.
종전 회계기준에서는 재무제표 기준일 현재 유배당보험의 배당재원이 되는 평가이익 등의 일정 비율을 유배당계약자 몫으로 보고 그 금액을 계약자지분조정으로 잡아뒀다. 미래에 줄 돈으로 지금까지 계산된 이익 중 일부를 고객 몫으로 떼어 놓는 방식이다.
그러나 IFRS17에서는 미래시점에 지급할 배당금의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적정한 할인율로 할인해 보험부채를 계상한다.
쉽게 말하면 앞으로 고객에게 줄 배당금이 얼마인지 추정하고 이를 현재 가치로 할인해서 보험부채로 반영하게 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지금 생긴 이익 중 일정 비율을 미리 떼어놓는 게 아니라, 실제로 지급할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해서 계산하는 방식이다.
계약자지분조정 사라지고 자본으로
금감원은 2022년 말 IFRS17을 준수해 회계처리를 했음에도 '재무제표 이용자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영진이 판단할 경우 예외적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는 K-IFRS1001호를 근거로 예외(일탈회계)를 적용했다. 이는 국제회계기준 제1호(IAS1) 재무제표 표시에 대응하는 기준이다.
이를 근거로 대부분의 생보사는 이전 방식으로 계약자지분조정을 별도 부채로 두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올해 반기 재무제표 기준 8조9458억원을 계약자지분조정으로 분류하고 있다.
삼성생명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당반기말 현재 유배당 보험계약의 예상되는 장래 이익에 따른 계약자 배당 관련 보험부채금액을 기업회계기준서 제1117호의 요구사항에 따라 측정할 경우 연결실체가 인식해야 하는 보험부채금액은 없는 상황"이라고 기재돼 있다.
삼성생명이 보험부채 평가를 위해선 삼성전자 주식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작성해야 하는데, 현재는 이 계획 수립이 어렵고 그로 인해서 계약자들에게 돌려줄 돈을 평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IFRS17에 따라 계산된 보험부채가 0원이라는 의미다. 삼성생명이 "고객에게 줄 돈이 없다"라고 계산하면 부채로 잡히는 금액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계약자지분조정 8조9457억원은 자본으로 잡히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계기준은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줄 돈을 부채로 잡고, 보험부채가 0이라면 자본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며 "이 기준의 옳고 그름을 따진다기보다는 IFRS17에 따라서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로 인해 삼성생명의 지급여력제도(K-ICS·킥스)비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킥스 비율을 산출할 때는 계약자지분조정이 이미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일 이찬진 금감원장은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회계처리 이슈와 관련해 업계 관행, 과거 지침, 현행 국제회계기준(IFRS) 등을 모두 검토해 내부적으로 잠정적 방향을 잡은 상태"라며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금감원)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