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진열 상품이 집으로…'장보기 수고' 덜어
이용 가능 지역 확대…연내 60개 점포서 운영
과거 유통업계의 배송은 속도보다 '안정성'이 중요했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유통 과정에서 깨지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포장하는 등 품질 유지와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에 따라 당시에는 우유 배달이나 생필품 배송처럼 고객이 지정한 요일, 날짜에 맞춰 보내는 '정기 배송'이 일반적이었다.
이랬던 배송 패러다임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변화했다. 이젠 몇 번의 클릭만으로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마트나 시장에 직접 들러 장을 봐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 요인이기도 하다. 로켓배송 덕분에 '집에서 장보기'는 생활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SSG닷컴이 이달 선보인 '바로퀵'도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춘 서비스다. 바로퀵은 고객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하면 인근 이마트 점포에서 상품을 픽업해 집 앞으로 가져다 준다. 신세계가 보유한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는 목동점을 비롯한 전국 19개 점포에서 바로퀵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올해 말에는 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60개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일석이조
기존 배송 시스템과의 확연한 차별점은 단연 '빠르기'다. SSG닷컴은 그동안 오후 1~2시 이전 주문건에 한해 당일 배송을 실시했다. 이 시간을 넘긴 주문일 경우 익일 이후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배송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와 달리 바로퀵은 이마트 점포 영업시간(오전 10시~오후 10시) 내에 주문하면 언제든 1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장보기가 마치 배달 앱에서 음식을 시키는 것과 같은 속도로 온다는 의미다.
바로퀵을 직접 사용해 본 결과 '가는 것보다 낫다'였다. 기자는 지난 24일 저녁 무렵 부대찌개 밀키트, 델리(즉석식품), 만두를 비롯한 냉동식품 등 10여 가지 상품을 시켰다. 실제로 주문부터 배송을 받기까지 정확히 43분이 걸렸다. 마트에서 장을 본 뒤 무거운 짐을 바리바리 들고 집에 오는 것보다 빨랐다. '극한의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품 구색이 오프라인과 비교했을 때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일례로 이날 저녁 주문을 위해 미리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흙대파'는 이미 재고가 없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비싸더라도 깐대파를 구매하려고 했지만, 상품 자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연내 운영 상품 수를 기존 6000개에서 1만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주도권 경쟁
이번 바로퀵 서비스는 2030세대의 수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에 익숙한 데다, '시간=돈'으로 여기는 이들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마트 자체 브랜드(PB)인 '5K프라이스', '피코크' 등도 바로퀵을 통해 주문이 가능한 만큼 1~2인 가구 사이에서의 선호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향후 유통업계의 '배송 속도전'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내다본다. 홈플러스는 지난 4월부터 배민과 함께 신선식품, 델리, 베이커리 등을 1시간 내외로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롯데마트 제타'를 통해 당일·예약배송을 하루 3~4회 운영 중이다. 편의점들도 배민을 비롯한 쿠팡이츠, 네이버 등과 손을 잡은 상태다.
SSG닷컴 관계자는 "단순히 빠른 배송을 넘어 이마트가 가진 상품 경쟁력을 그대로 옮긴 건 물론 점포에서 철저히 관리된 상품을 곧바로 받을 수 있는 만큼 고객들의 일상에 즉각적인 편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바로퀵 서비스의 이용 가능 지역을 꾸준히 넓혀 더 많은 고객이 편리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