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리뉴얼 마친 소노캄 경주 툇마루·다기 등 한국적 감성 여유롭게 쉬어가는 '휴식'에 방점
소노캄 경주의 디럭스스위트 룸 전경/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문을 열고 방에 들어서면 커피머신이 아닌 자그마한 다기가 가장 먼저 반긴다. 색동 주머니 안에는 공깃돌이 들어 있다. 단차가 있는 거실은 거실이라기보다는 어릴 적 할머니 집에 있던 '마루'에 가깝다. 마루에 앉아 창 밖에 펼쳐진 보문호수의 고요한 풍경을 바라봤다. 참으로 유유자적한 하루였다.
유유자적
'소노캄 경주'는 지난 2006년 소노벨 경주로 개관해 19년간 운영하다가 지난해 리뉴얼에 들어간 리조트다. 1년여 간의 공사 끝에 올해 9월 '소노캄 경주'로 재탄생하며 '5성급 리조트'로 업그레이드했다. 국내 최대인 569㎡ 규모의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부터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룸까지 총 7개 타입 418실을 거느렸다.
소노캄경주의 프리미어스위트 룸/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처음 만난 소노캄 경주는 특이했다. 5성급이라면 어디에나 있을 피트니스 시설이 없다. 화려한 풀 파티와 심장을 울리는 음악도 없다. 대신 보문호수를 바라보며 한가롭게 몸을 적실 수 있는 야외 풀이 있다. 마루에 앉아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서재'도 있다.
소노캄 경주의 리뉴얼 콘셉트는 '유유자적'이다. '悠悠自適'. 한가롭고 여유있는, 속세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의미한다. 많은 놀거리와 볼거리를 채우는 트렌드에서 한 발 벗어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소노캄 경주에서 가장 작은 디럭스 스위트 A의 면적은 42.5㎡로, 일반적인 5성급 호텔 2인실보다 2~3평가량 넓다. 3인 가족이 방문해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소노캄경주의 카페 '오롯'/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소노캄'이 숨가쁘게 달려왔던 일상을 내려놓고 고요하게, 여유롭고 한가하게 머무르다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면, '경주'는 곳곳에 묻어 있는 한국의 감성으로 표현됐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차와 다기, 웰컴 기프트인 공깃돌이 그렇고, 보문호수를 가득 담은 툇마루가 그렇다. 객실 곳곳도 한복을 연상시키는 질감과 컬러를 사용했다. 우드 인테리어를 강조해 한옥 느낌도 살렸다.
왜 그렇게 바빠
소노캄 경주의 '유유자적' 콘셉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은 '웰니스 풀앤스파'다. 지하 680m에서 끌어올린 약알칼리 온천수로 채운 풀앤스파는 몸과 마음의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꾸몄다. 실내 메인풀은 통창에서 들어오는 햇빛과 나무의 푸르름, 별빛같은 조명을 통해 낮과 밤의 아름다움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쏟아지는 빗속을 걸으며 평안함을 되찾아 본 경험,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메인풀 옆의 '레인풀'은 천장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연출해 빗속을 걷는 느낌을 준다. 고요한 산 속에서 명상을 하는 느낌을 받고 싶다면 '시크릿풀'을 찾으면 된다.
소노캄경주의 풀앤스파/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밖으로 나오면 신라시대 궁 안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실외 풀이 맞이한다. 직선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자연의 냇가, 호수같은 구불구불한 흐름을 구현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호숫가를 산책하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고개를 들면 '진짜' 호수가 있다.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소노캄 경주의 실외 풀은 경주 유일의 '보문호수 뷰' 실외 풀이다.
힐링의 공간은 실내로도 이어진다. 책과 함께 일상 속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 '서재'를 마련했다. 그렇다고 스타벅스처럼 옹기종기 붙어 앉아서야 '유유자적'을 즐기긴 어렵다. 이 때문에 지하 1층의 꽤 넓은 공간을 할애했다. 혼자 사색을 즐기며 독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좌석도 준비했다. 방에서 혼자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도서 대여 서비스, 고즈넉한 밤에 책을 읽으려는 사람을 위한 '심야 책방' 시간도 있다.
소노캄경주의 풀앤스파 야외풀/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항상 여행을 가면 숙소의 모든 시설을 즐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넓은 리조트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시설을 즐기고 서비스를 누렸다. 그래야 '손해보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일 테다. 소노캄 경주에서는 가장 많은 시간을 방 툇마루에서 보냈다. 떄로는 비우는 것이 채우는 것보다 중요하다. 소노캄 경주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가치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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