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in 인니]'문턱 높은 현지고객'…K-컬처 타고 리테일 공략

노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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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중·일보다 낫다…'K금융' 인지도 확대
하나, 라인뱅크로 디지털 강화
신한, 모기지 대출 확대 계획
[자카르타=노명현 김민지 기자]"여기(인도네시아) 사람들 한국 드라마 많이 봅니다. 중국, 일본 등 해외 기업들이 우리 기업보다 많이 진출했지만 문화를 장악하진 못했어요. 최근에는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계 은행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지 은행들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수많은 외국계 금융사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전장에 국내 은행들도 참전히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 국내 은행들만의 무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각광받는 한류가 떠올랐다. 케이팝과 케이푸드 등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도 한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라면과 과자, 케이팝 아이돌 굿즈(Goods) 등 국내 기업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전문 편의점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내 한류 확산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도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한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로 현지 고객들에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금융을 넘어 리테일(소매금융)로 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류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야심찬 라인뱅크, 수익성 재조준

하나은행은 2007년 인도네시아 소형은행인 비마은행을 인수하며 이 시장에 진출했고, 외환은행을 인수하며 기업금융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LINE(라인) 투자 유치와 증자를 통해 디지털뱅크(인터넷은행)인 '라인뱅크'를 출범했다. 하나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라인뱅크를 시작한 것은 기업금융 비중을 낮추고 리테일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하나은행 영업점 앞 라인뱅크 모습/사진=노명현 기자 kidman04@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은 포화 상태이고, 기업금융 의존도가 높으면 경제 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 은행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려면 기업금융과 리테일과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는 게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의 판단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다수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인 만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활용도가 높다는 점과 인도네시아의 모바일 보급률이 높다는 점이 라인뱅크 설립의 중요한 배경이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의 권세환 전무(CSO·CIO)는 "개인 금융(리테일)은 기업금융보다 경기 영향을 덜 받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리테일 포트폴리오를 늘려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며 "현지 은행들이 몇 천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현지 리테일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해 라인뱅크라는 리테일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장도 경쟁이 치열한 것은 물론, 국내와 환경이 달라 수익 구조를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국내 인터넷은행들은 이용자의 재직·소득을 비롯한 신용정보를 활용해 대출 등 금융업을 할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소득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 대출을 했을 때 부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하나은행은 라인뱅크 출범 후 공격적인 리테일 확장보다 수익성 관점에서 전략 새판짜기에 돌입한 상태다.

권세환 전무는 "규모가 커지면 수익으로 전환되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그 동안 외형 성장에 집중해왔다"며 "아직 신용 인프라를 갖추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속도를 천천히 늦추면서 기초 체력을 계속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기업금융의 장점을 살려 고객 기업의 직원들을 유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가령 제조기업과 협약을 통해 직원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권세환 전무는 "협약을 맺은 기업의 임직원들에게 급여의 몇 배를 비교적 좋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군을 넓혀가고 있다"며 "순수한 리테일은 아니고 기업금융을 연계한 리테일로 기업이 일정 부분 간접 보증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 신한은행, 자동차 넘어 모기지로 확장

신한은행은 2015년 bank metro express(BME), 2016년 centramata nasional bank(CNB) 인수 후 현지 통합법인을 설립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신한은행 역시 기업금융 중심에서 리테일 분야로 점차 관심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동안에는 현대차와 협력해 신한은행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개인대출(할부금융)을 공급하는데 주력했다.

여기에 일본 미츠비시와 중국 비야디 등과도 협업해 자동차 대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안토니우스 민타르야(Antonius Mintarya) 인도네시아 신한은행 본점영업부 지점장/사진=노명현 기자 kidman04@
안토니우스 민타르야(Antonius Mintarya) 인도네시아 신한은행 본점영업부 지점장은 "주로 기업고객이 많아 리테일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리테일 고객에게 신한은행을 알리고 있다"며 "현지 업체와 함께 큐알페이 사업을 통해 작은 음식점 등의 계좌를 유치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모기지론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와 함께 대출 자산도 성장하면서 이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KB뱅크 등 국내 현지 은행들의 공통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국내 주담대가 아파트 중심인 것과 달리 인도네시아에선 단독주택이 대부분이다. 대출이 실행되려면 담보가치 산정이 중요한데 인도네시아에선 라이선스를 받은 공인 감정평가사(KJPP)의 감정평가를 기반으로 대출가능 여부와 한도가 산정된다.

모기지론의 상품 구조에선 차별화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신한은행은 신속한 대출 프로세스로 현지 고객에게 접근한다는 구상이다.

인도네시아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지 은행들은 전반적으로 대출 절차가 오래 걸린다"라며 "한국 본점의 신속한 프로세스를 최대한 현지화 해 빠른 대출로 현지 고객에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외국계 은행이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지만 니치마켓이 있는 만큼 현지 한국인 고객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리테일을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한국계 은행들의 인지도가 크지 않지만 최근 한류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 이 부분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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