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시리즈 투자 이어 IPO 도전
뇌질환 치료제 개발은 세계적으로 제약바이오 업계가 아직까지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입니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같은 난치성 뇌질환은 세계적으로 환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완치할 수 있는 신약은 아직 없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뇌와 혈관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인 '혈뇌장벽(BBB)' 때문입니다.
이 장벽은 뇌에 외부 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 뇌를 보호하는데요. 문제는 약물이 이를 통과하기 어려워 치료 물질을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독성, 부작용 문제가 겹치면서 신약 개발 때 임상 단계에서 무너지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큐어버스는 이 난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목표로 세워진 바이오 기업입니다. 조성진 대표와 진정욱 최고과학책임자(CSO), 박기덕 연구총괄 3인이 2021년 10월 21일 공동 창업했습니다. 이탈리아의 글로벌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한국과학기술원(KIST)의 출자를 받아 설립됐죠.
큐어버스가 선택한 무기는 저분자 신약(small molecule drug)인데요. 분자 크기가 작아 알약 형태로 복용이 가능하고, 혈뇌 장벽을 뚫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여기에 제조 공정이 단순하고 비용이 비교적 낮다는 장점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난치성 뇌질환 신약 개발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난치성 질환 정복 위한 4대 신약 후보물질 개발
큐어버스는 연구진이 직접 약물의 구조를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효능·안전성·약물 동태(흡수·분포·대사·배설)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자동차 엔진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연비, 안정성, 디자인까지 동시에 잘 설계해 차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큐어버스는 현재 난치성 질환을 타깃으로 4개의 핵심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입니다.
먼저 먹는 치매 신약후보 물질 CV-01은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으로 개발 중인데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는 세포를 지키는 스위치(Nrf2)가 꺼져 있는데, CV-01은 이 스위치를 다시 켜 주어 뇌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합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기억력 회복 효과가 확인됐으며, 현재 국내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입니다. 회사는 이 약물이 알츠하이머뿐 아니라 파킨슨병, 만성 신장염증 등으로도 치료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존 약물들은 심장 부작용이라는 치명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CV-02는 '편향 작용제(biased agonist)'라는 독창적 설계를 적용해 면역세포 이동만 억제하고 심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치 전기 차단기에서 필요한 회선만 골라 끄는 방식과 같죠. 현재 미국 FDA에서 임상 1상 허가를 받아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암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약이 초반에는 잘 듣다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약효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내성이 생기는 건데요. CV-03은 암세포가 자라는 데 관여하는 DDR1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기존 약물이 막히는 지점을 보완합니다.
마치 성문이 잠겨 약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 새 길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또 암이 자라는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신장 섬유화 같은 조직 손상을 막는 효과도 기대되는데요. 큐어버스는 희귀암과 신장 섬유화 질환 치료 신약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CV-04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약물입니다. CV-04는 몸 속 PPARδ(퍼옥시좀 증식 유도 수용체 델타)라는 단백질을 활성화해 염증을 억제하고 근육과 뇌 기능을 함께 개선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즉 몸과 뇌가 동시에 힘을 회복하도록 돕는 '맞춤형 건강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합니다. 기존 약물보다 특정 부위만 정확히 작용하도록 만들어져 불필요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술이전 통해 기술력 인정…IPO 앞두고 임상 과제 직면
큐어버스는 창업 3년 만에 파이프라인을 임상 단계로 끌어올렸고, 그 결과물인 CV-01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에 총 3억7000만 달러(약 544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 됐습니다. 기술이전을 통해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월에는 시리지B 투자를 통해 2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는데도 성공했고요.
이러한 성과는 큐어버스의 신약 개발 역량이 뒷받침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후보물질 발굴에서 설계, 최적화, 전임상 검증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자체 플랫폼에서 진행하며, 초기 단계부터 혈뇌장벽 통과, 약물 안정성, 독성까지 두루 고려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후보물질을 빠르게 임상 단계로 연결할 수 있는 '초격차' 수준의 개발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난치성 질환 치료제의 수요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자가면역질환, 희귀암 등 기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분야에서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신약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습니다. 큐어버스가 확보한 저분자 신약 기술과 파이프라인이 이러한 글로벌 난치성 치료제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큐어버스는 이같은 경쟁력을 내세워 지난 7월 미래에셋증권을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오는 2027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IPO 준비에 돌입했는데요. IPO 성공을 위해서는 CV-01의 국내 임상1상과 CV-02의 미국 임상 1상에서 좋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난치성 질환 영역에서는 단순한 후보물질 확보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고 약물 설계 단계부터 약물성, 독성, 체내 전달 가능성을 고려해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큐어버스는 이제 시작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으로 초기 임상 데이터를 통해 IPO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상장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