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으로 주주가치 제고…주주 환영
자사주 사내기금 출연으로 직원 복지 증진DB하이텍이 보유중인 자사주 전량을 회사·주주·직원을 위해 쓴다. 주주를 위한 자사주 소각, 회사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교환사채(EB) 발행, 직원을 위한 사내 기금 출연 등이다.
정부가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압박하는 가운데 교환사채 방식으로 자사주를 '우회' 처분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만족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일 DB하이텍은 보유중인 자사주 415만주(9.35%)의 활용계획을 공시했다. △자사주 222만주 담보 교환사채 발행 △자사주 148만6000주 소각 △종업원 보상·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44만4000주 등이다. 자사주가 회사와 주주, 직원에게 모두 쓰일 수 있도록 자사주 처리방식을 다양화한 것이다.
교환사채는 회사가 선호하는 자사주 처리 방식이다.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 발행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DB하이텍은 자사주 222만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사채를 통해 1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자금은 충북 음성군 공장 클린룸 확장과 차세대 전력반도체 양산에 투자한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 원하는 방식이다.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발행주식수가 줄어 주식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은 이번달 말 89만4000주를 먼저 소각하고, 내년에 59만2000주를 추가로 태울 계획이다. 이날 자사주 소각 소식이 전해지자 DB하이텍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9% 가까이 올랐다.
자사주의 종업원 보상·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은 직원들이 선호한다. 출연받은 자사주로 직원 복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업무 성과에 따라 자사주를 스톡옵션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
DB하이텍은 주주환원정책 기조를 기존 자사주 취득에서 자사주 처분으로 변경했다. 2023년 DB하이텍은 2028년까지 전체 주식에서 차지하는 자사주 비중을 15%까지 늘리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정책을 발표한뒤 매년 자사주를 사들였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수를 줄여 주식 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자사주 소각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커지면서 자사주를 처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자사주 전량 EB 발행하려다…
DB하이텍이 이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은 자사주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정부가 자사주 소각을 압박하면서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기업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방식은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교환사채 발행이다. 기업 입장에선 실익없이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교환사채를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하게 되면, 향후에 자사주가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자사주 교환사채 발행이 결국 자사주 매각과 똑같은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 탓에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해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를 발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례로 지난 6월 태광산업은 전체 주식의 24.41%(27만1769주)에 이르는 자사주를 활용해 3186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하려다, 소송이 제기되면서 발행이 중단됐다. 회사 측은 "교환사채 발행을 통한 투자자금 확보는 회사 존립과 직원 고용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싸늘해진 여론을 돌리긴 어려웠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최근 정부 정책에 부응해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재원 확보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