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민첩함에 안정적 주행감까지
짧은 주행거리·실내 디자인은 아쉬움지난 9일 BYD의 중형 전기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 씨라이언7을 시승했다. 경기도 고속도로와 서울 도심을 70km 정도 몰아보니, 부드러운 주행감이 인상적이었다. 전기차 특유의 순발력으로 시내주행에서 차선 변경에 머뭇거릴 필요없었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도 안정적이었다. 실내 정숙성도 기대 이상이었다.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세련된 맛을 내지 못하는 실내 디자인, 듣기 불편한 실내 알림음, 400km가 되지 못하는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등이다. 무엇보다 중국 차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장기적 과제도 있다. 하지만 4000만원대에 중형 전기 SUV를 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씨라이언7은 소비자의 선택지에 들어갈 후보로 충분했다.
씨라이언7의 첫인상은 바다사자라는 차명처럼 매끈했다. BYD 글로벌 디자인 총괄 디렉터 볼프강 에거(Wolfgang Egger)의 디자인 팀은 '바다의 미학'을 주제로 부드러움 속에 담긴 힘을 표현했다. 차량 전면부에 새긴 BYD 회사명엔 전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매립형 차문 손잡이, 차량 전면 범퍼 좌우의 사이드 에어커튼, 차량 뒷면의 루프윙과 리어스포일러 등 덕에 공기저항계수(Cd)는 0.28을 달성했다. 이 계수는 낮을수록 공기저항이 적다는 뜻이다.
디자인의 아쉬움은 디스플레이로 달랬다. 10.25인치 계기판과 15.6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선명하고 처리속도가 빨랐다. 퀄컴의 차량용 특화 고성능 칩(스냅드래곤 8155 SoC)이 탑재된 덕분이다.
시동을 걸고 직접 차를 몰아보면 주행감이 안정적이다. 중국차에 대한 기대 자체가 낮을 수 있지만, 다른 완성차의 전기차와 비교해도 주행감은 빠지지 않았다.
가장 큰 특징은 부드러움이다. 과속방지턱도 안정적으로 넘었다. 노면이나 주행 환경에 맞춰 부드러운 승차감을 전달하는 주파수 가변 댐핑 시스템 덕분이다. 여기에 앞바퀴와 뒷바퀴에 서로 다른 서스펜션(더블위시본과 멀티링크)을 조합해 주행성능의 안전성을 높였다.
전기차 특유의 민첩성은 그대로 구현했다. 시내주행에서 차선 변경이 수월했고 고속주행에선 액셀러레이터를 바닥까지 밟자 차체가 튕겨져 나갔다. 후륜에 230kW(313마력)와 380Nm(38.7kgf.m)의 토크를 내는 PMSM(영구자석동기)모터가 장착된 덕분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7초가 걸린다.
겨울철에도 배터리가 빨리 닳지 않는 장점은 있다. 1회 충전 저온 주행거리는 385km로 평소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영하 30°C부터 60°C까지 극한의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안정성을 겸비한 것이다. 배터리 80%까지 충전에 약 30분이 걸린다.
씨라이언7 가격은 4490만원.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이 추가되면 가격은 더 내려간다. 최근 기아가 선보인 전기 SUV EV5 가격이 4855만~534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4000만원대 전기 SUV 후보군이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