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홍원식 지우기'…결실은 언제쯤

김아름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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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탈 홍원식 체제 정착
다양한 사회공헌으로 이미지 변신 시도
신제품 라인업 늘리며 친대중 마케팅
그래픽=비즈워치
새 주인을 맞이한 남양유업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1년 간 '홍원식 지우기'에 집중했다면 올해 들어서는 핵심 제품군의 신제품 출시, 백미당 매장 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 탐색을 시작했다.

홍...누구?

지난해 1월 남양유업은 창업 2세인 홍원식 회장의 품을 떠나 새 주인으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를 맞이했다. 길고 긴 소송전의 마침표였다. 홍 전 회장이 완전히 손을 뗀 만큼 이제 남양유업은 한앤컴퍼니와 함께 새 출발을 할 일만 남은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홍 전 회장은 떠났지만 남양유업이 '나쁜 기업'이라는 인식은 강하게 남았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소식은 홍 회장의 사건사고 소식만큼 빠르게 퍼지지도 않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홍원식전 남양유업 회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1월 긴 법정 싸움 끝에 홍 전 회장으로부터 남양유업 주식을 양도 받아 새로운 주인이 됐다. 3월 말에는 주주총회를 통해 홍 전 회장 일가를 밀어내고 새로운 경영진도 세웠다. 모든 리스크를 해소한 만큼 이제 반등만 남았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남양유업 제품을 피했다. 2023년 9968억원이었던 남양유업의 매출은 지난해 9528억원으로 4.4% 줄었다. 700억원이 넘었던 영업손실을 100억원 안팎으로 줄인 게 위안거리였다. 

착하게 살자

남양유업의 지난해 실적 부진을 '숨고르기'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인이 바뀌었다고 당장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지는 않는 만큼 내부를 재정비하고 사회공헌과 윤리 경영 등을 강화해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시간으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지난해 8월 준법 경영과 윤리 경영 강화를 골자로 한 고강도 경영 쇄신안을 내놨다. 준법·윤리 경영 정책 및 규정을 심의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자문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도 출범했다. '착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남양유업 연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유(乳)업계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인 특수분유 제조·지원도 늘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1985년부터 갈락토스혈증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를 만들어 왔다. 2002년에는 세계 최초로 뇌전증 환아의 발작과 경련 완화를 위한 분유 '케토니아'를 만들고 있다. 올해부터는 환아 가정에 지원하던 케토니아 분유를 의료기관으로까지 확대했다. 

올 초엔 CI도 교체했다. 남양유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붉은 원을 빼고 대표 제품 '맛있는 우유 GT' 로고에서 착안한 새 로고를 선보였다. 또 새 슬로건으로 '건강한 시작'을 선정했다. ESG경영, 사회공헌,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뉴 남양유업

'뉴 남양유업'은 올해 CI 교체와 함께 사업에서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년간 주인이 바뀐 회사의 내부를 다지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엔 그간 소홀했던 신제품 출시 및 사업 확대를 통해 가시적인 실적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실적 개선의 선봉장은 백미당이다. 론칭 10주년을 맞아 전국 매장 리뉴얼을 진행하는 동시에 주요 상권에 신규 매장을 연이어 오픈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LF스퀘어 광양점, 서울 도심공항점, 커넥트현대 청주점, 아이파크몰 용산점, 당산점, 커넥트현대 부산점을 신규 오픈했다. 이어 서울 원그로브, 스타필드 안성, 뉴코아 강남 등 핵심 상권에 추가로 매장을 열어 연내 60호점을 돌파할 계획이다.

백미당/사진제공=남양유업
신제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 가공유인 초코에몽에 최신 트렌드 '말차'를 접목한 '말차에몽'은 지난 8월 출시 이후 완판 행진을 벌이는 중이다. 또다른 트렌드인 '제로 슈거'에 맞춰 대표 발효유인 불가리스 라인업에도 '설탕 무첨가' 제품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불가리스를 보다 젊고 세대 친화적인 브랜드로 재편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이런 노력이 아직까지는 실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남양유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6.5% 줄어든 4477억원에 그쳤다. 적자를 이어가던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한 건 좋은 신호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매출 반등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 훼손된 이미지를 복구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긴 안목으로 참을성 있게 좋은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간다면 돌아오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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