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회장 사임한 김준기, 창업회장으로 경영자문
부자간 경영방식 이견 있지만 경영권분쟁 가능성 낮아DB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창업회장과 그의 아들 김남호 명예회장 간에 갈등이 조명받고 있다. 2020년 회장 자리에 오른 50대인 김남호 회장이 지난 6월 갑자기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다. 일각에선 부자간 소송을 준비 중이며, 경영권 분쟁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부자간 경영방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갈등은 있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기사를 확인한 김남호 명예회장은 직접 그룹에 "법률 검토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고 한다. 그룹 측도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선 DB그룹에서 부자간 경영방식을 둔 갈등이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부자간 갈등이 외부로 드러난 것은 지난 6월 인사다. 2020년 회장에 취임하며 그룹을 이끈 김남호 회장이 지난 6월 50세의 나이로 명예회장에 추대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다. 그를 대신해 회장에 선임된 전문경영인 이수광 회장의 나이는 81세로, 김준기 창업회장의 최측근이다.
재계에선 부자간 갈등이 발생한 원인으로 DB하이텍을 꼽는다. 2021년 DB그룹이 DB하이텍을 매각한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그룹은 조회공시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고 곧바로 부인했다. 재계에선 당시 김남호 명예회장은 "DB하이텍을 팔아 다른 사업을 벌이자"는 입장이었고, 김준기 창업회장은 "어떻게 키운 회사인데"라며 매각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DB하이텍 매출은 1조2147억원, 영업이익은 399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2%에 달했다.
지난 6월 인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DB그룹에서 김준기 창업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그의 직위는 다른 그룹에서 보기 힘든 '창업회장'으로, 경영자문을 맡고 있다. 경영자문은 사실상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최종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기 창업회장이 '회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은 그의 범죄 이력 탓이다. 그는 2017년 성범죄 혐의를 받자 회장직에서 사임했고 2020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석방됐다. 2020년 김남호 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으며 경영권이 넘어간 듯했지만, 2021년 김준기 창업주가 창업회장으로 선임되며 사실상 경영에 복귀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경영자문을 받는 구조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부자간 갈등이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김남호 명예회장이 2020년 회장에 선임된 것이 경영권 승계를 의미하는 '대관식'으로 보기 힘들고, 오히려 부친으로부터 여전히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되는 탓이다.
그룹 지배구조를 봐도 김남호 명예회장이 섣불리 경영권 분쟁을 벌일 구조는 아니다. 지주사 DB 지분구조를 보면 김남호 명예회장 16.83%, 김준기 창업회장 15.91%, 김 창업회장의 딸인 김주원 부회장 9.87% 등이다. 김 창업회장이 그룹 이사진뿐 아니라 지분까지 실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김준기 창업회장이 아들(김남호 명예회장) 대신 딸(김주원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김남호 명예회장이 이미 DB 지분 16.83%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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