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된 동성제약 어쩌다 연쇄부도…'전임 회장 경영 리스크'

임일곤 기자
입력
수정 2025.08.06. 오전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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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원가·판관비율 높아, 수익성 부진
5년째 적자 결국 법정관리 "체질변경"
지사제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 등으로 유명한 제약사 동성제약이 최근 석달간 무려 15차례에 걸쳐 부도를 맞았다.

경영 악화로 인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법원 허가 없이 부채 관련 행위를 할 수 없게 된 것인데 근원적으로 오너이자 23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이양구 전 회장의 경영 리스크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지난달 30일 기업은행 방학동 지점에서 발행한 만기도래어음 8억원이 법정관리로 인한 결제 미이행으로 부도처리됐다.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석달간 15차례에 걸쳐 부도를 맞았으며 부도 금액은 적게는 1700만원에서 많게는 12억원 가량이다. 누적 금액은 60억원이다. 

앞서 동성제약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 5월 7일자로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회생절차 신청 소식에 한국거래소는 곧바로 동성제약 주권 매매를 정지시켰다. 이후 6월 23일 법원이 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주권 매매거래가 재개됐으나 현 경영진 등의 횡령 배임 발생설에 대한 조회공시로 거래 재개 하루만에 다시 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동성제약은 1957년 고(故) 이선규 회장이 설립한 제약업체로 올해로 68년된 회사다. 한때 잘나갈 때인 IMF 사태 직후인 1998년에는 어려운 사업 환경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69억원보다 12억원 늘어난 81억원을 달성하는 등 수익성면에서 도드라진 성장을 이어갔다.

2001년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이양구 전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23년간 회사를 이끌면서 매출 외형은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으나 수익성은 내놓을만한 수준이 아니다. 2013년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전년 40억원 영업이익에서 적자전환한 이후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다 2018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2023년 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6년만에 흑자전환했으나 이듬해인 지난해 6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 기간 매출이 고만고만한 성장을 이어갔으나 수익성은 부진했다. 이는 높은 매출원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 가운데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기준 56%에 달하며 2020년 한때 60%를 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388억원, 이 기간 판관비(판매비와관리비)는 454억원으로 매출총이익 대비 판관비 비율은 100%를 넘는다. 이는 대다수 상위 또는 중견 제약사의 판관비 비율이 40~70%대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이 전 회장이 수익 구조 개선보다 차명 소유한 협력사를 통해 원부자재를 고가에 구매하며 원가율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의 '오너 리스크'가 뚜렷이 드러난 것은 지난 2018년 터진 리베이트 논란이다. 동성제약은 당시 자회사인 동성바이오팜 영업사원을 영업판매대행(CSO)으로 등록해 병의원 영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2억5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고 이로 인해 동성제약은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고 올 3월에는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이 물러난 대표이사 자리를 지금의 나원균 대표가 맡고 있다. 나 대표는 이 전 회장의 조카이다. 

회사측은 현재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생 절차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구조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일부 제품군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영업 및 수금 활동도 점차 정상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의 회생 절차는 방만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회사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전환점"이라며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며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회생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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