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지각변동]현대카드 앞마당까지 진격…판 바꿀까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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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독주 'PLCC'…스타벅스·배민 뺏겨
삼성·신한 적극 공략…신규고객 유치 효과
고비용 논란에도…신판 점유율 확대 노림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가 카드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업계 순위권 카드사들의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아, PLCC 주도권 확보 위한 경쟁이 업계 전반의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PLCC 확대가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수익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본업(신용판매)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PLCC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PLCC는 카드사가 아닌 제휴사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발급하는 신용카드다.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제휴사가 카드 설계와 혜택 구성에 깊이 관여하고 해당 제휴사에 혜택을 몰아주는 상품이다.

현대카드 독주 균열…스벅도 배민도 경쟁사에

그간 PLCC에서 명실상부한 최강자로 군림했던 카드사는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2015년 신세계그룹 이마트와 손잡고 국내 최초 PLCC를 출시한 이후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CJ올리브영 등 업계 1위 업체들과 PLCC를 선보이며 'PLCC=현대카드'라는 공식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런 공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이 경쟁사와 제휴 계약을 맺으면서다. 스타벅스는 삼성카드와 제휴카드 출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연내 제휴 카드를 선보이기로 했다. 배달의민족도 신한카드를 새 제휴사로 선정하고 8월 초 새 PLCC를 출시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잘 나간다던 현대카드, 안에선 피고름?…조창현호 메스들까(7월11일)

게다가 신한카드는 이달 카카오뱅크, GS리테일, 스타필드 등과도 PLCC를 내놨다. LG전자와는 구독카드를 선보이며 PLCC 라인업을 넓히는 모양새다.

고비용 구조? 실익 많지 않다는데

이처럼 PLCC가 카드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PLCC는 제휴사 중심의 혜택 설계가 핵심이다 보니 카드사 입장에서는 높은 비용을 들여 제휴사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드사 한 고위 관계자는 "PLCC는 제휴사에 독점적인 혜택을 줘야 해 비용은 높은 편인데, 고객들이 실적에 필요한 만큼만 '체리피킹' 하는 경향이 짙어 사실상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다만 PLCC는 제휴사와의 계약 구조에 따라 비용 분담 방식, 마케팅 전략, 수익 배분 조건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수익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같은 PLCC라도 어떤 파트너인지에 따라 시장 반응과 고객 규모가 달라진다"면서 "예를 들어 업계 1위와의 제휴는 일정 수준 이상의 사용량을 담보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소규모 브랜드와의 제휴는 비용만 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용판매 강화 위한 전략적 선택

그럼에도 카드사들이 PLCC에 집중하는 이유는 본업인 신용판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 신용판매취급액은 개인이 신용카드로 사용한 국내와 해외 일시불·할부(국세·지방세 포함) 금액을 합친 것이다 신용판매 점유율은 본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꼽힌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NH농협) 중 신한카드의 개인신용판매 이용실적 기준 점유율은 18.50%로, 전년 동기(18.64%) 대비 0.14%포인트 하락했다.▷관련기사: '독해진 신한카드', 삼성카드에 더는 안 뺏겨!(7월3일)

삼성카드의 점유율은 18.02%로 전년 동기(17.03%)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양사 격차는 1.61%포인트에서 0.03%포인트로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의 점유율은 17.15%에서 17.70%로 0.55%포인트 상승했고, KB국민카드 점유율은 14.69%에서 14.60%로 0.09%포인트 하락했다.

PLCC는 대체로 충성도 높은 브랜드 고객 기반을 가진 대형 가맹점과 제휴해 발급되는 만큼, 카드 사용 유도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제휴사는 혜택 설계를 통해 소비를 유도하고 카드사는 그로 인해 개인 신용판매 실적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관련기사: 위기의 카드사, 협업으로 돌파할까(7월21일)

PLCC 고객은 해당 브랜드 이용 시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당 카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일부 제휴사는 자사 앱 또는 온라인 몰에서도 PLCC를 홍보하기 때문에 카드사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수월하다.

현대카드처럼 PLCC 라인업이 다양한 카드사가 신용판매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도 이러한 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6월 말 현대카드의 사용가능 회원 수(본인기준)는 1119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1083만4000명)보다 35만8000명 증가했다. 신한카드의 회원 수가 1265만7000명에서 1256만7000명으로 9만명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PLCC의 고비용 논란에도 신용판매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려는 카드사들이 이들 브랜드를 치열하게 유치하려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현대카드 역시 PLCC 사업 경쟁력이 약화하자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PLCC 본부장 출신인 조창현 전무를 대표로 선임했다. 더욱이 현대카드의 주요 제휴사 중 △무신사 △네이버 △대한항공 △SSG 등도 내년 계약 만료가 예정돼 있어 PLCC 유치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PLCC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계약 구조에 따라 마케팅 비용 등을 제휴사와 부담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효율화하면서 신규 회원을 유치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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