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갈등 겪은 인근 사업장, 잇단 시공사 철수
광주광역시 첫 '디에이치(THE H)'로 기대를 모았던 광천동재개발 사업이 분양가 책정 문제로 표류 위기를 맞았다. 이미 적정 분양가 문제로 다수의 건설사가 광주에서의 사업을 포기하거나, 진행을 멈춘 상황이어서 광주 전체의 부동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광주 광천동 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 및 시장이 수용 가능한 적정 분양가 적용을 요청한다"며 일반분양가를 평(3.3㎡)당 2402만원으로 낮춰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광천동 재개발은 서구 광천동 670 일원 25만4466㎡ 용지에 최고 지상 33층, 공동주택 5006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광천동 재개발사업에 광주 최초로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이 이곳에 당초 요청한 분양가는 평당 2458만원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미분양 리스크를 고려해 평당 분양가를 56만원 낮출 것을 요구했다. 반면 조합은 평당 2850만원이라는 높은 분양가를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광주의 분양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광주 지역 미분양 물량은 2022년 말 291가구에서 2023년말 596가구, 2024년 말 1242가구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향후 2년 내 약 1만5000가구 규모로 예정된 공급폭탄은 미분양 우려를 더욱 키운다. 일각에서는 대구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의 성패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공사비와 분양가 책정에 달려있다"며 "조합이 현 시장상황을 도외시한 채 종전 주장만을 반복할 경우 사업지연 및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서는 조합과 현대건설 간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미 인근 다른 사업지에서 시공사들이 연이어 시공권을 포기해 사업이 표류한 사례가 있어서다.
북구 임동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 주상복합 개발사업은 분양가 갈등 등 문제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이 손을 뗐다. 광산구 신가동 재개발사업도 철거 2년이 지나도록 부지가 방치된 상태다. 분양가 산정 등의 이유로 촉발된 시공사인 빛고을사업단(DL이앤씨·롯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한양 컨소시엄)과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사업 차질로 이어질 경우 조합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현실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답이라는 시선이다. 장귀용 창파트너스 대표는 "현재 광주의 부동산 상황을 감안하면 고분양가 전략보단 공사비 절감으로 사업성을 개선하는 것이 나아보인다"면서 "광천동의 경우 디에이치를 포기하고 힐스테이트로 전환해 단가를 낮추는 것도 조합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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