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0% 이상 조정…알트코인도 일제히 하락 전환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주요 코인들이 고점 대비 일제히 조정받으면서 투자심리도 눈에 띄게 위축된 모습이다. 반면 국내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자금이 쏠리고 있어, 시장 내 유동성이 '코인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탈(脫) 코인'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업비트의 하루 거래대금은 15억3700만 달러(약 2조1976억 원)로, 3개월 전 대비 약 81% 급감했다.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 역시 지난 13일 대비 일주일 새 2100억 달러(약 298조 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흐름도 부진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1주일 전보다 3.92% 하락한 10만8160달러 수준에서 횡보 중이다. 이달 초 12만6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지만 이후 10% 넘게 후퇴했다. 같은 기간 시총 2위 이더리움(-5.75%)을 비롯해 엑스알피(XRP) -3.08%, 솔라나 -7.95%, 도지코인 -4.57% 등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하락 배경에는 지난 10일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레버리지 청산 여파가 남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재를 시사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관세 가능성을 언급했고, 미·중 무역갈등 격화 우려 속에 파생상품 시장을 중심으로 투매가 촉발됐다. 이후에도 긴장이 지속되며 가상자산 전반의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 증시는 유동성이 집중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3분기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1조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전날 코스피 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0.24%(9.15포인트) 오른 3823.84로 마감해 5거래일 연속 상승,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식고 있는 사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이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통상 협상 타결 기대감이 선반영됐고, 정부 고위 인사의 부동산 세제 관련 발언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면서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가속화됐다"며 "전반적으로 '머니 무브'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비관론도 잇따르고 있다. 존 글로버 레든 CIO는 "가상자산은 이미 5파동 상승 사이클을 마쳤고 최소 2026년 말까지 이어질 약세장에 진입했다"며 "비트코인이 7만~8만 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전 고점을 재차 테스트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큰 흐름은 이미 하방으로 돌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엘리엇 파동 이론과 반감기 이후 약세 전환이라는 과거 패턴을 근거로 들었다.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 확산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데이비드 시머 웨이브 디지털 에셋 CEO는 "현재 시장은 공황매도와 관망, 바닥매수를 노린 선택적 매수세가 뒤섞인 과도기적 국면"이라며 "주요 지지선이 붕괴할 경우 추가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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