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증시 활황으로 연일 고점을 뚫는 가운데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향후 피크아웃(고점 통과)을 거쳐 주식 가치가 떨어진다면 대출 담보 가치도 함께 하락하는 반대매매 주의보도 확산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지난 20일 기준 24조원을 돌파했다. 10월 잔여 거래일수와 11월, 12월 남아있지만 벌써 지난해 총 신용거래융자 규모(약 15조8000억원)를 뛰어넘은 수치다.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긴 잔액인 투자자예탁금도 20일 기준 80조6257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거품이 꼈다는 평가까지 받던 시기이자 역대 투자자예탁금이 가장 많던 2021년 5월(약 78조)마저도 경신한 결과다.
신용융자거래나 투자자예탁금 규모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올해 국내 증시에 활기가 돌면서 수익을 늘리기 위한 레버리지 매수세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승장에서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투자하는 '빚투'가 급등한 셈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빚더미에 앉을 우려도 더한다. 빚투는 주가가 떨어져 담보 가치도 함께 떨어지면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 빌려준 돈을 되찾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사 위탁매매 미수금 중 반대매매액(금투협 기준)은 이달 들어 증가세를 보인다. 반대매매액은 지난 13일 39억3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700선을 돌파한 다음 날인 17일 108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20일 다시 55억원대로 내려갔으나 여전히 적신호가 켜져 있다.
또한 증권사는 신용거래를 이용한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 뒤 2거래일까지 미수금을 내지 않으면 해당 주식을 강제로 팔아 주문 취소를 내린다. 반대매매 우려뿐만 아니라 대량 주문 취소에 따라 연쇄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방증이다.
최근 코스피 역시 최고 3800선을 돌파해 빚투 분위기 조성에 한몫했으나, 21일 장 막판 매도세가 몰리며 강보합에 그쳤고 22일 장에서도 오전 기준 하락하는 등 조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장이 고점으로 인식돼 향후 변동성이 높은 장이 펼쳐지고 융자를 되갚을 여력이 되지 않다면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 기관도 반대매매 등을 우려하고 있다. 금투협은 지난 21일 국내 증권사에 신용융자 현황 감시와 신용거래 불가 종목 관리 등 소비자 보호 조처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거래소도 단기간에 급격히 주가가 오른 '급등주'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등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신속한 감시를 진행하고 문제 발견 시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증시 활황에 투자 관련 잔고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차입을 동반한 투자는 변동성 확대 시 투자자에게 손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청년층과 50~60대를 중심으로 빚투가 늘고 있다.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레버리지 거래는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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