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돈바스 완전 포기 압박
소식통 "젤렌스키 회담 후 극도로 부정적"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라며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통신 등은 여러 관계자를 인용해 "양국 정상 간 대화는 여러 차례 고성이 이어지는 '언쟁'으로 번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내내 거친 욕설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선의 지도를 던지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돈바스 지역 전체를 푸틴에게 넘기라"고 요구하며 전날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전달받은 발언을 반복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트럼프를 설득해 전선 동결안으로 입장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FT는 "이번 회의는 트럼프가 전쟁 문제를 얼마나 즉흥적이고 변덕스럽게 다루는지, 푸틴의 '최대주의적 요구'에 얼마나 쉽게 동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1단계 휴전을 이끈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새로운 목표로 삼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압박하려 "푸틴 대통령이 협상에 나오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보낼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어 이번 회담에서 미사일 지원 논의에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한 유럽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중 푸틴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으며 자신이 언급했던 '러시아의 약세' 발언과도 모순되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합의하지 않으면 파괴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원한다면 그는 너희(우크라이나)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FT의 관련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FT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16일 전화 통화에서 새로운 제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통제 중인 도네츠크주 일부 지역을 러시아에 넘기는 대신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등 남부 최전선의 일부 지역을 양도받는다는 내용이다.
현재 러시아는 도네츠크주의 대다수 지역을 이미 점령 중이다. 우크라이나가 남은 도네츠크주 지역까지 포기하면 러시아군은 키이우까지 직행하는 진군로를 확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이유로 도네츠크주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렉산드르 메레즈코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장은 "싸움 없이 돈바스(도네츠크주 일대)를 러시아에 넘기는 것은 국민에게 용납될 수 없다"며 "푸틴은 이 사안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내부 분열을 조장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했다는 보도로 유럽 동맹국들의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푸틴 대통령의 협상에 불만을 드러내며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번 회담에서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FT는 백악관 회의에 정통한 유럽 관계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의 후 극도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더 이상 낙관적이지 않고, 다음 단계를 현실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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