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家)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첫 스텝부터 꼬인 모양새다. 123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세무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2심이 시작됐는데, 국내 거주자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윤 대표는 가족들과 생계를 같이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가 재판부로부터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고법 행정1-1부는 17일 오후 윤 대표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2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윤 대표는 LG가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남편이자,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위다.
앞서 세무당국은 윤 대표가 2016~2020년 국내에서 벌어들인 배당 소득 221억원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고 보고, 종합소득세 123억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윤 대표는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 청구를 제기했고, 여기에서도 기각 결정이 나오자 2023년 3월부터 소송전에 돌입했다.
1심에서는 윤 대표가 완패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윤 대표는 자신이 외국인이며 국내 거주자도 아니라 세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윤 대표가 내국인과 동일하게 납세 의무를 지는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라고 판결했다. 이중 거주자라고 하더라도 국내에 항구적인 주거를 두고 있다고 판단했고, 인적·경제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된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또한 미국이 아닌 국내로 봤다.
소득세법상 윤 대표를 국내 거주자로 볼지 여부가 2심에서도 주요 쟁점이다. 윤 대표는 당초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과 함께 소송에 임했으나, 1심에서 완패하자 법무법인 남산으로 변호인단을 재편하는 등 강수를 던졌다.
그러나 윤 대표 측은 1차 변론기일부터 스텝이 꼬이는 모습을 보였다. 2심 재판부는 "원고(윤 대표) 쪽에서 '(가족들과) 생계를 같이하지 않았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어 제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대표 측 변호인이 "의식주 부분을 아내 쪽에서 다 해결하고, 윤 대표가 생활비를 주지 않는 등 경제적인 어떤 면에서 분리되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으나, 재판부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판부는 "원고가 배우자와 같은 집에서 살면서 따로 임대료를 내거나 월세를 낸 게 아니지 않느냐. 배우자의 돈으로 장을 봐서 식사를 같이하면 이것도 생계를 같이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냐"며 "제가 '생계'라는 단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고가 꼭 지출한 돈으로 가족이 살아야만 생계를 같이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따져 물었다.
이어 "통상적으로 '생계를 같이하지 않았다'라고 보는 것은 별거를 하거나, 같은 집이더라도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의 경우인 것"이라며 "원고가 그러한 경우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강남세무서 측 변호인은 "(윤 대표 측 주장대로) 경제적인 지출을 누가 했느냐 이런 것으로 생계를 따지기 시작하면 이제 경제적으로 부유한 분들은 자기 마음대로 거주지를 분리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 측이 '생계를 같이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1심에서 국내 거주자성이 인정되며 큰 비중을 차지한 '가족들의 국내 거주' 부분을 약화시키기 위함으로 읽힌다. 2심을 앞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관·구연경 부부가 이혼하거나, 구 대표가 이주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윤 대표의 거주자성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윤 대표 측은 '한국은 여러 출장국 중 하나'라는 조세심판원 불복 심판 청구 당시 주장한 내용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표가 국내에 머무른 것은 가족, 장인과의 상의 등 사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윤 대표 측은 추후 여러 법인, 펀드를 통한 윤 대표의 국내 사업 활동을 부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심은 윤 대표가 강남구에 별도 사무실을 두는 등 사실상 BRV코리아 경영을 위해 국내에 거주했다고 봤다.
윤 대표의 국내 경제 활동은 다른 소송과도 연관이 크다. 세무당국은 2015년과 2017년 BRV 측 특수목적법인(SPC)이 국내에서 주식 등에 투자해 벌어들인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약 90억원을 부과했고, BRV는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BRV는 해당 SPC가 윤 대표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표 측 주장의 요지는 다음 기일에서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 측 변호인은 '생계' 문제에 대해서도 "추후 검토한 뒤 다시 말씀드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2월 12일 오전 10시다.
한편, 윤 대표는 종합소득세·법인세 불복 외 대여금 반환 소송에도 대응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르네상스호텔(현 센터필드) 매각을 함께한 삼부토건 창업주 손자 조창연 씨가 윤 대표에게 빌려준 2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2심이 진행 중이다. 특히 윤 대표는 아내 구 대표에게 바이오 업체 메지온 관련 미공개 중요 투자 정보를 제공,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받는다. 부부는 지난 1월 함께 기소돼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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