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경쟁 2라운드 돌입
미국 주식을 한국 낮시간에 사고파는 주간거래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면서 해외주식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두 번째 수수료 전쟁이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 오는 11월 4일 주간거래 재개…안전장치 강화 박차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오는 11월 4일부터 미국 주식 주간거래를 순차적으로 재개한다. 서비스 재개를 준비 중인 증권사는 교보·대신·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우리투자·유안타·유진투자·카카오·키움·토스·하나·한국투자·한화·iM·KB·LS·NH투자증권 등 19개사다. 앞서 서비스를 제공하던 상상인증권은 해외주식거래 중단에 따라 이번 주간거래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됐고, 우리투자증권은 새로이 발을 들이게 됐다.
미국 주간거래 서비스는 국내 투자자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낮 시간대에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Blue Ocean)'에서 약 6333억원 규모 주문이 일괄 취소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대규모 거래 취소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3개월 만에 주간거래가 다시 문을 여는 셈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주간거래를 위한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국내 증권사는 2개 이상의 미 현지 브로커, ATS와 주문 회선 연결을 해야 한다. 브로커나 ATS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현재 블루오션 외에도 '문(Moon)', '브루스(Bruce)' 등이 주간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또한 증권사들은 거래 오류나 장애 발생할 경우 투자자 잔고 복구 시간을 최소화하도록 계좌별, 시간대별, 체결 번호별 등 각 상황에 따른 '롤백(복구)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사전 점검리스트를 마련하고 주문 접수부터 체결·결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점검했다. 신규 ATS 연결 안정성, 복수 ATS와 브로커 간 전환 기능도 종합 점검했다.
금감원은 "협회와 함께 업계 준비 상황을 면밀히 확인하는 등 주간거래 서비스가 원활히 재개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며 "거래 재개 이후 내부통제 미흡 등으로 인해 대규모 전산 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해외주식 수수료 폭발 전망…증권가 '싱글벙글'
주간거래 도입은 증권사에 새로운 '수수료 파티'를 열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총계 기준 상위 10개 대형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메리츠·KB·하나·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 등)의 올해 2분기(4∼6월)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합산 수익은 총 4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2분기의 2953억원과 비교해 약 60%가 늘어난 수준이고, 올해 1분기(1∼3월) 3817억원에 비해서도 1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수수료 수익만 해도 854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낮거래까지 더해진다면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의 상승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더욱이 해외주식 거래가 늘어나면 환전 수수료, 대체결제 수익,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용료 등 파생 수익도 함께 커진다. 업계는 낮거래가 시행되면 전체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최대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의 서학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낮거래 도입이 단순한 시스템 개선을 넘어, 국내 증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리테일 본부장은 "주간거래는 곧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된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MTS 기능, 해외 리포트 품질, 환전 서비스까지 총체적 경쟁 구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재개 초기엔 점유율 확보를 위해 수익성보다 트래픽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결국 수수료 인하 압박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간거래 재개 소식에 개인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새벽 시간대에 일어나는 대신 평소 일상에서 해외주식에 손쉽게 다가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132억8892만달러(약 18조1550억원)다. 2011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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