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미중 관계…"순간 나락 갈라" 韓 산업계, '긴장, 또 긴장'

최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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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가' 믿던 조선업계, 중국 제재 대상 지정
고려아연, 희소금속 통제에 '존재감'


중국 상무부는 14일 한화오션 5개 미국 자회사(한화쉬핑·한화 필리조선소·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한화쉬핑홀딩스·HS USA홀딩스) 등에 대해 중국 내 조직·개인이 거래·협력 등의 활동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그룹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이 국내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국내 산업은 대안으로 부상하며 호실적이 전망되지만, 다른 산업은 타격을 입는다. 미중 패권 경쟁이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전략 고도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한화오션 5개 미국 자회사(한화쉬핑·한화 필리조선소·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한화쉬핑홀딩스·HS USA홀딩스) 등에 대해 중국 내 조직·개인이 거래·협력 등의 활동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한화그룹은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대표 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하며 현지 먹거리 창출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 주식회사의 미국 자회사는 미국 정부 관련 조사 활동에 협조하고 지지해 중국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에 위해를 끼쳤다"라며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관계자는 "미치는 사업적 영향에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에서는 중국 제재가 선박 엔진·기자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HD현대 조선 기자재 전문 계열사 HD현대마린엔진 올해 상반기 매출 비중 47.94%가 중국 업체다. 한화엔진은 올해 상반기 매출 14.2%가 중국 업체다.

미국이 중국 해양 패권에 대응해 조선업 부활에 속도를 내면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J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가 혜택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역설적으로 중국 제재가 확대되면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중국 제재로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혜택을 보는 산업도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희소금속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고 있다. 희소금속은 반도체와 군사 전자 장비, 항공우주 산업 등에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중국이 생산하는 상황이다.

미중 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지만, 중국은 언제든지 희소금속 수출 통제 카드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 국방부는 코발트와 안티모니, 탄탈럼, 스칸듐 등을 비축하기 위해 최대 10억달러를 조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 안티모니 출하장. /고려아연


고려아연은 중국 희소금속 통제가 강화할수록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에 안티모니 20톤을 수출했다. 고려아연은 올해 총 100톤 규모의 안티모니를 미국에 수출하고, 연간 240톤 이상으로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이후 본격적으로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이차전지소재 공급망 중요성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중국 업체가 글로벌 음극재 출하량을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에서,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업체 존재감도 부각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포스코퓨처엠은 전날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2027년 10월부터 2031년 9월까지 배터리용 천연 흑연 음극재를 공급하는 671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국내에서도 희소금속 중국 의존도가 상당하다. 지난해 기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관리하는 희소금속 31종 중 20종은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음극재 핵심 천연흑연 97.6%, 인조흑연 98.8%를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양극재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 상황을 직시하며 공급망 관리와 수출 다변화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는 정부가 나서 외교 관계를 원활히 하고, 수출 다변화 측면에서는 업체들이 그간 놓쳤던 시장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긴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2027년에는 시진핑 4연임이 결정되는데, 중국 내부에서는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정부와 협업을 잘해야 한다"며 "공급망 측면에서 정부가 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 있다. 외교적인 측면에서 잘 맺고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수출 패턴을 보면 2010년대 이후 유럽 주요 국가가 상위 10개국 목록에서 빠졌다. 다소 소홀했다고 봐야 한다"며 "독일과 프랑스는 상황이 어려울 수 있으나, 남유럽 국가 등 재정 위기를 극복한 나라는 할 수 있는 부분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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