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계엄 전체 계획 몰랐다"
내란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CCTV가 공개됐다. 한 전 총리는 영상에서 다른 국무위원들과 문건을 돌려보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국무회의 정족수를 손가락으로 세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3일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 사건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실 CCTV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앞서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계엄 당일 대통령실 CCTV 영상을 포함해 재판 중계를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대통령실 CCTV 영상은 3급 군사기밀에 해당된다.
영상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5시 59분부터 4일 오전 10시까지 촬영된 32시간 분량이다. 특검팀은 주요 부분을 편집해 20분 안팎으로 증거 요지를 설명했다.
먼저 한 전 총리가 대접견실에 들어온 뒤 먼저 도착한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과 대기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8시 40~45분 사이 김영호 전 장관에게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려는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이라며 "한 전 총리는 도착해서 대접견실에 들어올 때까지 대화한 사실이 없다. 즉 도착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을 알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문건을 돌려읽는 모습도 나왔다.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하고 문건을 뒷주머니에 넣는 장면도 포함됐다. 이는 한 전 총리가 지난 2월 헌법재판소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신문에서 계엄 선포문 사전 인지 여부를 두고 "해제 국무회의까지 전혀 인지를 못 했고 (나중에)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증언한 것과 배치된다.
한 전 총리가 김 전 장관과 국무회의 정족수를 세며 남은 국무위원 수를 손가락으로 세는 듯한 장면도 나왔다. 9시 14분쯤 영상에는 김 전 장관이 손가락 4개를 펼치며 대접견실에 들어와 한 전 총리에게 말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밤 9시 35분부터 38분 한 전 총리가 휴대전화로 전화하는 모습도 담겼다. 특검팀은 영상을 두고 "밤 10시가 다가오는데도 국무회의 의사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자 송미령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대통령실로 빨리 오라고 독촉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밤 10시 18분에는 윤 전 대통령이 대접견실에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무언가 말한 뒤 일어나고, 한 전 총리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장면이 담겼다. 다음으론 윤 전 대통령과 문밖으로 나갔던 김 전 장관이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자, 한 전 총리가 갈색 봉투에 담긴 서류를 집어 들어 건네는 장면이 이어졌다.
이외에 10시32분 윤 전 대통령이 최상목 전 장관에게 문건을 줄 때 한 전 총리가 바라보는 장면, 11시4분 계엄 선포 직후 대접견실에 한 전 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두 사람만 남아 서로 문건을 주고받고 특정 부분을 가리킨 뒤 한 전 총리가 바지 뒷주머니에 문건을 넣는 모습도 공개됐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는 이 전 장관이 갖고 있던 문건을 함께 보았고 설명을 듣기도 했다"라며 "(국무위원)모두가 떠났음에도 이 전 장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만큼 중요 대화를 나눴고, 관련 증거들을 종합할 때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챙겨보면서 내란을 방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약 6분가량 직접 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영상을 봤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한 전 총리는 "CCTV에 나온 모습들에 기억에 없는 부분도 있어 변호인과 상의해 어떻게 해야할 건지 (의견서로)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가 "비상계엄은 그 자체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군인들이 부장된 상태로 투입된 상태에서 국무총리였던 피고인이 국민을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했냐"고 묻자, 한 전 총리는 "전체적 계획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처음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계엄 계획)말씀을 듣고 반대했다. 대통령 뜻에 따라 계엄이 선포됐고 최대한 빨리 해제해야 된다는 것이 모든 국무위원들의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증거조사를 마친 재판부는 오후부터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간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국가·헌법 수호 책무를 보좌하는 '제1 국가기관'으로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막지 않고 가담·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비상계엄 후 허위로 작성한 계엄선포 문건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하고 폐기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지난 2월 20일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받은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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