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의 월미도에서] 황금 추석 연휴…고향에 남겨야 할 '귀거래사'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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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불화·정신질환 등 사회 대응 역량 키워야
'집에 가자' 캠페인 광고…감동의 가족애 여운


인천시는 오는 10월 2일부터 12일까지 11일간 고속·시외버스(사진)·연안여객·지하철 운행을 확대하는 등 추석 연휴 특별교통 대책을 시행한다. /인천시


집에 간다. 고향집으로 간다. 긴 황금연휴 추석 명절, 이향(離鄕)의 외로움을 달래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집과 고향은 잊을 수 없는 어머니의 품과 같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의 근원이며 애착의 장소다. 갖은 풍파 속에서도 우리는 숭고한 어머니, 존중의 대상으로서 아버지, 그리고 애정과 신뢰의 형제들을 그곳에서 만나고 맞이한다.

고향은 가족 공동의 기억과 추억을 담은 안식처이다. 휴식과 여가를 보장하는 집은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안주의 보금자리다. 특히 인간이 간직한 가족에 대한 애정과 갈망 속에서 어머니는 본향으로 상징됐다. 그런데 가족 간 상호 존중과 유대감이 사라지고 가정의 정체감마저 혼돈을 겪는 시대가 됐다. 가정의 위기 극복 의지가 빈약한 가족의 위기는 결국 건강한 사회를 구축할 자산의 손실로 이어진다.

지난 7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60대 아버지가 30대 아들을 살해한 '사제 총기 살인사건'은 생활비에 불만을 품은 가정불화가 원인으로 파악됐다. 이달 초순쯤 서울 중구 세운상가에서도 배우자 살인으로 짐작되는 여성이 숨졌다. 또 경기도 포천에서는 50대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패륜은 존재할 가치가 없는 인간의 범죄 행위다. 인간 사회에서 부모가 자녀를,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행위가 안겨주는 충격은 끔찍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살인 혐의 피의자 276명 중 반 정도인 131명(48%)이 가족이었다. 대부분 사회적 관계가 밀접한 사이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에서 친족 살인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가족 간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다가온 추석은 가족주의에 버금갈 정도의 가족 가치관을 공유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고향 방문을 통한 가족 화합의 정을 나누며 전통 의례와 같은 고유문화를 전승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과 여가 활동을 즐기는 의미도 포함된다. 추석 가족 의례가 조상에 대한 공경과 가족 정체성을 확인하는 화합의 이벤트가 돼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오늘날 개인주의의 확대에 따른 가족 가치관의 변화와 함께 명절증후군은 가족 해체 현상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지난해 추석 연휴 첫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장윤석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SNS 등에 덕담이 오간다. 대부분 '건강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가족과 함께' 등의 인사가 넘친다. 하지만 고향집을 향한 설렘에도 불구하고 교통 체증, 경제적 부담, 가사 노동, 가족 갈등 등 심리·정신적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가족 사랑과 가족 화합에 대한 인식이 더 강화되고 우울증,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대처도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유지하는 요건일 것이다.

최근 가족이 바로 우리 인생의 근본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KCC건설의 '스위첸' 브랜드 광고가 유튜브에서 4000만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집에 가자' 테마의 가족 캠페인 영상의 배경 음악은 '산울림' 김창완의 '집에 가는 길'이다. '해는 저물어 가고 밤이 찾아오면 저 멀리 작은 불빛 하나둘 피어나고 철없던 어린 시절 떠나온 따뜻한 집에 이제 나는 다시 돌아가네…'라고 노래한다. 지친 하루를 실어나르는 전철에 기댄 직장인, 공항 입국장의 가족 상봉, 문소리를 반기는 반려견, 군인 아들과 포옹 등 가족들이 푸근한 집에 돌아왔다.

집의 소중함과 가족애를 담은 최고의 주거 브랜드 이미지 광고가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집으로의 회귀와 개인을 형성하는 가족의 윤리적 가치를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는 감동의 순간이다. "아빠, 빨리 오세요~." 가족 간 불화가 싹틀 리 없다.

19세기 초반 독일의 청년 시인 노발리스는 '항상 집으로 간다'고 노래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약속의 가나안을 본향으로 섬긴다. 고향을 잃어버리고 돌아갈 곳을 상실한 실향민, 이역만리 떠나온 다문화가족 등도 고향은 삶의 근원인 것이다. 돌아갈 수 있는 고향과 나를 받아줄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집은 행복한 장소성을 지닌 유일한 장소다. 이번 긴 한가위 연휴 동안 가족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안식으로서 아름다운 귀거래사(歸去來辭)가 많이 남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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