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문화산업 창출로 동반 성장 이끌어야
'동북아 베네치아, 인천'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로서 <더팩트>와 인천학회(회장 김경배)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2017년 9월 출범한 인천학회는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인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학회로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이다. 300만 대도시 인천의 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는 학술 활동의 성과는 다른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동북아 베네치아' 제목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관광, 물류의 세계 거점 도시를 향한 인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또 동북아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이슈를 제공하고, 단순한 도시의 확장을 넘어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대한민국의 산업단지는 1960년대 인천 부평, 서울 구로, 울산을 기점으로 생산 기능을 담당하는 공업단지로 출발했다. 1990년대 지원 기능을 보강한 현재의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2000년대 대구, 포항, 구미를 기점으로 복합 기능을 가진 산업단지가 전국에 배치됐다. 2023년 말 기준 전국에는 1306개의 산업단지가 있다. 축구장 면적의 약 20만 배 규모이다.
인천은 2374만 1000㎡ 면적에 3개의 국가산업단지, 15개의 일반산업단지, 3개의 도시첨단산업단지 등 총 21개의 산단이 조성됐다. 인천 산업단지는 서울과 인접하면서 인천국제공항을 품은 지정학적 여건과 배후 지역 내 신성장 산업이 밀집해 있는 산업적, 경제적 여건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조성 중인 산업단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존 산업단지는 기업 영세화와 기반 시설 노후화, 주차시설·지원시설·녹지공간의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은 지방소멸의 시대를 맞이했다. 청년들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진입 속도가 가파르다. 2023년 말 기준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50.7%를 넘어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인구 감소 지역 지정 결과 전국 89개 시·군·구 중 인천 강화군, 옹진군이 지정구역에 포함됐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기존 산업과 미래 산업, 산업과 기술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ESG 경영과 RE100 등 국제 시장의 요구는 더욱 강화되는 상황이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인한 인력난 대처가 절실한 시점에서 인천의 산업 공간 재편 방안을 3가지 관점으로 제언한다.
첫째, 청년들이 모이는 '골든시티'형 산업단지 조성이다.
기존 산업단지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차원에서 '골든시티'를 지향하는 산업단지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골든시티형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청년 맞춤형 일자리 및 창업 지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편의시설 및 주거 공간 구축 △지역 연계 활성화 △정책적 지원과 브랜딩 등이 요구된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에 AI, IoT, 데이터 분석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는 스타트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을 확대해야 한다. 청년 지원 프로그램 제공과 금융 지원을 통해 지역 기반의 혁신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산업단지 인근에 청년들이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과 기숙사를 제공하고, 청년 친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사업 모델을 적용해 나가야 한다. 주택연금 종신형 가입을 통해 청년들에게 효율적인 생활비를 지원할 필요도 있다. 또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탈되는 우수한 인재를 인천 산업단지로 유도할 지역 연계 활성화 콘텐츠 개발 등 지역 대학과의 협력이 긴요하다.
산업단지를 '젊음, 혁신, 지속가능성'의 상징으로 브랜딩해 국내외 청년과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골든시티로 구축해야 한다. 인천이 공업 도시, 산업 제조 도시에서 청년들이 모이는 골든시티로 탈바꿈하기 위한 법, 제도 검토와 관계부서 협의, 전문가 집단과 MOU 체결, 실무협의체 운영 등이 적극 추진돼야 할 것이다.
둘째, '스마트시티'형 산업단지 조성이다.
국토교통부 제4차 스마트도시종합계획(2024~2028년)에서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상생과 도약의 스마트시티 구현'을 비전으로 △지속가능한 공간모델 확산 △AI·데이터 중심 도시 기반 구축 △민간 친화적 산업 생태계 조성 △K-스마트도시 해외 진출 활성화 등 4대 추진 전략이 제시됐다. 추진 전략 중 '민간 친화적 산업 생태계'는 스마트도시 산업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지역에 기업이 연구와 실증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스마트도시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데 있다. 융합 얼라이언스 재편, 표준화 협력 체계 마련, 규제 샌드박스 제도 개선, 지자체-기업의 양방향 매칭 서비스, 대기업-중소-새싹기업 간 혁신 파트너십 등의 다양한 기업 지원도 주요 추진 내용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IoT 5G 첨단기술로 융복합 미래 스마트시티형 산업단지를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인천이 미래형 스마트 산업단지를 조성함에 있어서 VR 기술을 이용한 전 세계 원격 교육이 가능하고, 드론을 이용한 유사 업종 또는 협력사 및 필요 물품 구매에 대한 단거리 물품 배송, 로봇을 이용한 제조 공정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들이 실현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기술적 혁신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적 해결책이다. 공유도시, 산업 간 연계, 관광사업과의 연계 등 청년들이 서울이나 해외 우수한 단지와 똑같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고, 더 편한 여건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문화가 있는 산업단지 조성이다.
문화산업은 다른 분야의 동반 성장을 이끄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문화 강국인 미국에는 글로벌 기업 월트디즈니가 엄청난 부가 수익을 창출한다. 하나의 소재를 영화, 게임, 캐릭터 상품으로 제작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One Source Multi Use)' 제작 방법을 이용해 다양한 문화 분야를 계열화했다. 다각화의 저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문화산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역량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문화 강국이 될 수 있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MZ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경계를 허물어야 하고, 다각화의 시대에 부응하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시대의 요청과 대중들의 요구를 잘 지켜봐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문화산업 창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문화가 있는 산업단지를 위해 문화 거버넌스 계획이 필요하다. 단계별 개발 프로그램 기획, 레지던스 시설의 확충, 기반 시설 중 공원 및 차별화된 휴식 공간들을 제공함으로써 단지의 생활 편의 어메니티는 더욱더 올라갈 것이다.
인천테크노파크는 인천시,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공동으로 디자인을 활용한 노후 산업단지의 근로 환경 개선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20년부터 '아름다운 거리 조성', '복합문화센터 구축' 등 중장기 실행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산업부·문체부·국토부와 '문화산단TF' 구성 및 브랜드 산단 신규 사업을 기획 중이다. 우수 산업 시설을 발굴하는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 일반 시민에게 단지를 소개하는 '산업 탐방길 인스로드'를 운영해 산업단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에서 인천 산업단지의 미래를 볼 수 있다. '구슬'은 인천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이고, '꿰는 실'은 골든시티, 스마트시티, 문화도시형 산업단지를 형성하기 위한 각종 계획의 수립과 프로젝트 실행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의 현실화와 실행률을 높이기 위한 지자체의 시비뿐만 아니라 국책과제로서 반드시 국비가 투입돼야 할 것이다. 인천 산업단지가 활성화돼 우수한 입주 기업들이 서로서로 엮여서 고가의 진주 목걸이가 되길 기대한다.
/글=추교진 인천테크노파크 산업기술단지팀장·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겸임교수. 기획=김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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