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향상 지속가능 도시 발전 추구해야
'동북아 베네치아, 인천'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로서 <더팩트>와 인천학회(회장 김경배)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2017년 9월 출범한 인천학회는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인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학회로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이다. 300만 대도시 인천의 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는 학술 활동의 성과는 다른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동북아 베네치아' 제목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관광, 물류의 세계 거점 도시를 향한 인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또 동북아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이슈를 제공하고, 단순한 도시의 확장을 넘어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구조 변화는 심각한 도시 쇠퇴 문제를 야기한다. 인구 감소, 주거 환경 노후화, 경제 침체 등은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책으로 도시재생이 주목받는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지역 역량 강화, 새로운 기능 도입, 지역 자원 활용을 통한 도시 활성화 등이 도시재생의 목표로 제시되고 있다.
도시재생은 기존의 지역 문화자산을 활용하는 '문화활용' 전략과 주민들의 참여에 의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내는 '문화활동' 전략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두 가지 방식 모두 단순한 사업계획에 의존해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문화활용 전략에서도 충분한 연구와 고증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진정성 부족, 지역 정체성 혼란, 획일적인 도시 경관 등의 부정적 결과가 초래된다.
독일의 철학자 벤야민은 예술 작품이 지닌 독특한 존재감, 역사적 맥락, 그리고 원본성과 진정성을 나타내는 '아우라'가 기술적 복제가 가능해짐에 따라 약화된다고 보았다. 도시재생에서 옛 건축물의 재현은 단순한 형태의 모방이 아니라 그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다. 기록에 근거한 재현은 이런 맥락을 보존하고 아우라를 강화하는 반면, 외관만 비슷하게 모방하는 재현은 아우라를 상실시키고 건축물의 진정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특히 상업적 목적이나 특정한 미적 요구에 의해 추진된다면 건축물의 문화적 가치나 역사적 중요성이 경시될 수 있으며 이는 곧 아우라의 상실로 이어진다.
소실된 과거의 원본을 완벽하게 복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문화적 도시재생 차원에서 과거의 것을 재현하고자 할 때는 단순히 외형만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 재현물이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왜곡하거나 특정 집단의 관점에서 편향적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는 도시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이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핵심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의 킹스 크로스(King's Cross) 재개발 프로젝트는 역사적 건축물 보존과 현대적 인프라 개발을 결합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사례로서 도시 역사·문화 연구를 통해 가능했다.
런던 메트로폴리탄 아카이브즈는 '그래너리 빌딩'의 재활용 과정에서 건축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역사적 의미를 살린 디자인 및 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역의 매력을 높여 관광객 유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템즈 강변의 역사와 관련된 워크숍, 강좌, 전시 등을 개최해 역사 인식을 높이고 재생 사업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유도했다. 해외 선진 도시들은 도시 역사·문화 연구를 도시재생의 핵심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도시계획가 제인 제이콥스(1916~2006)는 도시의 생명력이 지역 주민의 참여와 역사적 맥락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도시는 단순한 공간적 집합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활동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사회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재생은 지역 주민이 소중하게 여기는 역사적 자산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필수이다.
캐빈 앤드류 린치(1918~1984)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도시 이미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의 역사는 도시 구조, 건축물, 공간 배치에 영향을 미치며, 도시의 문화는 도시의 분위기, 활동, 상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루이스 멈포드(1895~1990)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것은 도시의 미래를 계획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했다. 또 돌로레스 헤이든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도시계획 및 디자인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역사적 건축물과 지역 문화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도시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도시 역사·문화 연구는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연결을 증진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통합적이고 포용적인 도시재생이 가능해질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은 낡은 도시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활용해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연구가 필수적이다.
첫째,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인천의 경우 인천시사편찬원과 같은 전문 연구기관의 설립을 통해 연구 기반을 강화하고, 연구 결과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연구 결과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재생 사업 전 과정에 걸쳐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둘째,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도시 계획 및 디자인을 수립해야 한다. 건축물의 외관뿐만 아니라 공간 구성, 기능,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계획하고 역사적 건축물 보존과 현대적 인프라 개발을 조화롭게 결합할 필요가 있다. 런던 킹스크로스 재개발 프로젝트처럼 도시의 매력을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셋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관광 상품, 체험 프로그램, 교육 콘텐츠, 역사·문화적 랜드마크 등을 개발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관광객 유치를 촉진하며, 주민의 문화적 경험을 풍부하게 구축해야 한다.
넷째, 주민 참여 및 교육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야 한다.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역사 인식을 높이고,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이 도시재생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스스로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도시 역사·문화 연구 결과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면서도 미래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도시재생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다. 도시 역사·문화 연구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 인천시는 도시 역사·문화 연구 결과를 도시재생 사업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활용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매력적인 도시, 주민들이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글=김상원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장·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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