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거래소는 입찰공고 마감일인 지난 17일 공식 공고를 내고 ‘2025년 청정수소발전시장 경쟁입찰’을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전력거래소는 입찰공고 취소 사유에 대해 “새로운 공고로 대체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전력 당국이 이미 입찰자 등록을 마무리하고 신규 사업자로부터 사업 제안서까지 제출 받은 상황에서 입찰 자체를 취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낙찰받은 석탄발전소가 15년 이상 가동되도록 하는 CHPS 정책과 ‘2040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폐지하겠다’는 국정 과제의 정합성이 맞지 않다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지적에 따라 취소 공고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청정수소발전 의무화 제도(CHPS : Clean Hydrogen Energy Portfolio Standards)는 청정 수소나 청정 수소화합물(암모니아 등)을 발전 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 당국이 의무적으로 구입하는 제도다. 수소법에 그 근거가 있다. 인증 기준(수소 1kg당 온실가스 배출량 4kgCO2e 이하)을 충족한 청정 수소나 청정 암모니아 등을 가스나 석탄 발전기에 섞어 태워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청정 수소, 청정 암모니아를 발전용 연료로 쓸 경우 생산·운반·저장 과정에서 심각한 고비용·저효율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정부는 수소법 개정을 통해 CHPS 제도를 도입, 수 조원대의 비용을 국민들의 전기요금으로 충당하기로 결정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청정수소 발전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 구상했고, 윤석열 정부가 경쟁입찰 형태로 구체화 시켜 실행에 옮겼다.
정부는 지난해 CHPS 제도를 처음 시행했다. 그 결과, 한전의 발전 자회사인 남부발전이 삼척그린파워 1호기의 암모니아 혼소 사업을 낙찰 받았다. 해당 계약에 따라, 삼척그린파워 1호기는 2028년부터 2042년까지 암모니아 혼소를 통해 750기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5월에도 '2025 CHPS 경쟁입찰' 공고를 내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2040 탈석탄 기조’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정책 판단에 따라, 신규 CHPS 입찰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전력거래소 “지난해 낙찰된 삼척그린파워와 기간 단축 협상 진행 예정”
앞서 뉴스타파는 [기후 도박] ③ 온실가스 20% 줄이고 전기요금 5조 챙기는 석탄발전소...언론은 침묵 보도를 통해 CHPS 제도와 삼척그린파워 석탄발전소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척그린파워 석탄발전소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입한 블루 수소를 이용해 생산한 전력 단가는 킬로와트시당 450원 이상이다. 또 이 발전소가 2042년까지 15년 간 공급하기로 한 암모니아 전력량은 750기가와트시로 나타났다. 결국 삼척그린파워 석탄발전소에 지불될 전기 요금은 5조 625억원(1kwh당 450원), 이 요금은 전국민이 분담하는 구조였다.
이렇듯 수 조원의 전기요금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2042년까지 삼척그린파워 석탄발전소 1호가 암모니아 혼소를 통해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20% 수준에 불과했다. 나머지 80%의 전력 생산은 여전히 석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2040년까지 탈석탄을 달성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과도 충돌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해 삼척그린파워 석탄발전소 입찰 당시에도 정부 정책에 따라 계약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다”며 “계약 변경 협상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전문가들은 정부의 입찰 취소 발표를 환영하는 한편, 국내 그린수소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의 정석환 연구원은 “시장에 더 큰 혼란이 오기 전에 입찰을 취소한 것은 다행스러운 결정”이라면서도 “수소를 발전 부문에 활용하는 것은 높은 비용 대비 낮은 효율을 초래하는 만큼 다른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그린수소 경쟁력 확보 등 수소 진흥 정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