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을 '감사'하다 ① 2년 9개월의 소송... 감사원 예산 자료 '최초 입수'

홍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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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5. 오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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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예산 자료가 최초로 공개됐다. 뉴스타파가 제기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최종적으로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현재 취재진은 1차로 공개 받은 감사원 자료를 분석 중이다. (관련 기사 하단)

감사원 예산 자료 '최초 공개'

지난달 25일, 감사원은 내부 예산 자료를 뉴스타파에 공개했다. 감사원장과 사무총장, 감사위원(원장 제외 6명)이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사용한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의 세부 집행·증빙 내역이다. 모두 약 5천 장 분량이다.

또 감사원은 올 연말과 내년 초, 같은 기간 내 사용된 감사원 직원들의 출장비 세부 집행·증빙 내역도 공개할 방침이다. 약 1만 2천 장 분량이다. 감사원 예산 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감사원 청사.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뉴스타파에 감사원장과 사무총장, 감사위원이 사용한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세부 집행·증빙 내역을 공개했다. 감사원 예산 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 직속 독립 헌법기관인 감사원은 여러 행정·공공기관에 대한 회계 검사, 감찰 업무 등을 수행한다. 감사 결과, 예산 부정 사용과 비위 행위 등이 적발되면, 징계 요구나 수사 의뢰, 고발 조치도 한다. 말 그대로 '정부의 감시자' 역할을 해온 곳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정작 그동안 자신들이 어떻게 예산을 써왔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외부의 감시도 받지 않았다. 특히 특활비·업추비·특경비·출장비 등 예산의 세부 집행 내역에 대해선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불응했다. 



제가 감사원 업무추진비 세부집행내역 등을 요구했는데 이것을 비공개라고 하면서 제출하지 않았어요.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 2024.10.15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감사원이) 특정업무경비 세부내역 비공개하고 있고 이것이 과연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런 타당성에 관한 자료조차 없습니다. 
-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 2024.11.6.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소위




여러 행정·공공기관을 감시하는 감사원이 정작 자신들에 대한 감시는 철저히 거부해 온 셈이다. 

감사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김용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의 연간 특활비 예산 규모는 2022년 16억 400만 원, 2023년 15억 1,900만 원, 2024년 15억 1,900만 원이다.

업추비와 특경비는 각각 2022년 8억 8,300만 원과 45억 3,700만 원, 2023년 9억 2,800만 원과 46억 5,700만 원, 2024년 11억 6,400만 원과 44억 1,800만 원이다.

이밖에 국회 국정감사 자료로 확인한 감사원의 한 해 출장비 규모는 적게는 30억 원대에서 많게는 50억 원 이상이다.

2년 9개월 소송 결과, 감사원 예산 자료 공개 '첫 확정판결'

뉴스타파는 지난 2022년 11월, 감사원에 다음과 같은 예산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1) 2022년 1월 1일부터 11월 25일까지 감사원장·감사위원·사무총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건별 세부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
2) 2022년 1월 1일부터 11월 25일까지 감사원의 출장비 건별 세부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


감사원은 전면 비공개 결정을 내렸고, 뉴스타파는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감사원은 정보 비공개를 고수하며 '예산 집행 내역이 공개되면, 업무 수행 경로가 노출되는 등 위험이 있어 감사 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미 과거 검찰·국회 등을 상대로 진행된 예산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판례로 기각된 주장이었지만, 감사원은 완고했다. 

또 감사원은 '국민은 누구나 언제든 정부에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정보공개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주장도 했다. "감사원의 출장비는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으니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그 투명성을 검증할 필요성이 없다", "감사원이 예산을 낭비했다는 구체적 정황을 제시해야 자료 공개의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대표적이었다. 



정보공개 제도라는 건 국가·공공기관이 예산 등을 잘 썼으면 잘 쓴 대로, 잘못 썼으면 잘못 쓴 대로 공개하라는 제도다. 잘 썼어도 국민들은 그걸 잘 썼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라도 자료 공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감사원은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국민이 '어디 어디에 구체적으로 잘못 썼다'라는 걸 보여줘야만 자료를 공개해 줄 수 있다는 식이다. 완전히 본말이 전도된 거다. 정보공개 제도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 하승수 변호사 / '감사원 예산 정보공개 행정소송' 뉴스타파 대리




지난해 5월 1심 법원은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줬고, 올해 4월 2심도 승소했다. 올해 8월 14일에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감사원의 예산 자료 비공개는 법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행정조치였다는 사실이 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소송 제기 2년 9개월만이었다.



비공개 열람·심사 결과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 집행내역서의 '집행목적'란에 '심의안건 검토(심의활동비), 현장조사활동' 등이라고 기재돼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이처럼 집행목적이 추상적으로 기재돼 있을 뿐 구체적인 감사·정보활동의 내역은 없으므로, 집행목적이 공개되도 이를 통해 감사·정보활동의 구체적 내용을 추정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처럼 감사·정보활동의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는 이상, 위 집행목적을 비롯한 특정업무경비 세부집행내역[사용자, 집행일자, 집행금액, 집행장소, 참석인원, 집행방법(카드, 현금 등)] 및 증빙자료가 공개될 경우 감사활동의 방법·범위·대상·동선·인력 규모 등이 노출된다거나 이로 인해 감사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 '감사원 예상 정보공개 행정소송' 1심 판결문 중 / 2024.5.24. 서울행정법원




대법원 판결 이후 뉴스타파는 감사원에 똑같은 정보를 기간만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로 바꿔 정보공개 청구했고, 감사원은 공개를 결정했다. 다만 모든 자료를 한 번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자료량이 방대하다며 이번에는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감사원장·사무총장·감사위원이 쓴 특활비·업추비·특경비의 집행·증빙 내역(약 5천 장 분량)만 먼저 공개했고, 출장비 내역(약 1만 2천 장 분량)은 올해 연말, 내년 초까지 공개하도록 했다.

뉴스타파가 감사원을 상대로 2년 9개월의 정보공개 행정소송 결과 확보한 감사원 예산 자료. 지난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감사원장과 사무총장, 감사위원이 쓴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세부 집행·증빙 내역으로 모두 약 5천 장 분량이다. 
뉴스타파, 감사원 예산 자료 분석 시작

이번에 공개된 예산 자료에는 감사원장, 사무총장 등 감사원 수뇌부들이 언제, 어떻게 돈을 썼는지 건별로 기재돼 있다. 지출결의서와 영수증, 카드사용내역서 등 증빙 내역도 첨부돼 있다. 뉴스타파는 이 자료를 토대로 감사원이 적절하게 예산 집행을 했는지, 규정 위반은 없었는지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 외에 뉴스타파는 지난달 22일 감사원을 상대로 감사원장과 사무총장, 감사위원을 제외한 전 직원의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특활비·업추비·특경비 집행·증빙 내역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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