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을 비롯한 감사원 최고위 간부들이 수 년동안 현금 특수활동비를 쓰면서 핵심 증빙기록을 단 한 장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돼야 하지만, 관행적으로 특활비 증빙기록 작성을 생략해 집행 과정을 검증할 최소한의 근거조차 남기지 않은 것이다.
특활비를 비롯한 모든 정부 조직의 회계 및 직무 감찰을 수행하는 감사원이 정작 스스로가 정한 원칙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 측은 “내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 문제가 없다면서도, 특활비 내부 지침 공개는 거부했다.
뉴스타파가 2년 9개월간의 소송 끝에 확보한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감사원장 및 사무총장, 그리고 6인의 감사위원이 쓴 예산 사용 내역과 그 증빙자료이다. 감사원이 제출한 최고위 간부들이 쓴 3년치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은 총 345페이지, 231건이다. 감사원장을 비롯한 8인의 최고위 간부들이 사용한 특활비는 2022년 8,068만원, 2023년 7,563만원, 2024년 4,433만원 이다.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전액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예산이다.
감사원과 같은 정부 기관에 배정된 특수활동비가 용도와 목적에 맞게 집행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획재정부는 별도의 ‘특수활동비 계산증명지침’을 따르도록 했는데, 이 지침을 만든 곳이 다름 아닌 감사원이다.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기밀 활동 기관이 따라야 하는 기준을 감사원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이 만든 특수활동비 계산증명지침에는 ‘특수활동비를 현금으로 미리 지급한 경우 현금 수령자의 영수증과 집행내용확인서를 반드시 구비하라’고 적혀 있다. 특수활동비를 언제, 누구에게, 얼마를 줬는지 뿐만 아니라 왜 꼭 현금으로 특활비를 써야만 했는지 그 사유를 집행내용확인서에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앞서 뉴스타파가 검찰 특활비 집행 내역을 최초로 검증했을 때도 집행내용확인서의 유무와 그 내용은 적절한 집행이었는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과거 윤석열 등 역대 검찰총장들은 감사원 지침과 달리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연간 50억원이 넘는 현금을 자신의 ‘통치 자금’처럼 활용하면서 검사들에게 격려금이나 포상금으로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집행했다. 심지어는 검사실의 공기청정기 렌탈 비용이나 제과점이나 커피숍 결제 비용으로 특활비를 오남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모두 집행내용확인서를 통한 검증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이었다.
감사원이 함께 제출한 지출결의서 등을 살펴보면 감사원 최고위 간부들은 특수활동비가 감사원 계좌에 입금된 직후 빠짐 없이 현금으로 받아간 것으로 파악된다. 한번에 적게는 25만원에서 많게는 285만원의 현금을 건네 받은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감사원이 제출한 최고위 간부들의 특활비 증빙자료에는 단 한 장의 집행내용확인서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감사원이 특활비 증빙자료라며 제출한 영수증에는 수령 금액과 수령 일자, 수령인의 이름과 서명, 그리고 ‘특별정보활동비’라는 있으나마나한 명목만 적혀 있을 뿐이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감사원 예산 자료에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특활비를 받아간 인물은 감사원장 최재해, 사무총장 최성호, 유병호, 최달영, 감사위원 강민아, 이남구, 손창동, 이미현, 유희상, 김영신, 임찬우, 조은석, 김인회 등 총 13명이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감사원은 각 정부기관의 특활비 집행을 관리, 감독하고 그 기준을 확인하는 기관”이라며 “이미 다른 기관에서도 만들어 공개하고 있는 집행내용확인서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집행내용확인서를 남기지 않은 것과 관련해 감사원 관계자는 “자체 지침에 따라 생략하고 있다”며 “고도의 기밀 유지가 필요하고 사전에 심사를 통해 지급하는 경우에는 생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체 지침에 따라 생략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이지만, 감사원은 자체 지침을 공개해 달라는 뉴스타파의 요청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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