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감사원 사무총장에 임명됐던 유병호 감사위원이 지난해 감사원장이나 사무총장보다 많은 특수활동비를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특수활동비가 감사를 위한 정보 수집 활동에 쓰인다는 점에서 유 위원이 감사위원이 되어서도 개별 감사 활동에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 감사위원은 직접적인 감사 활동이 아닌 감사원 직원들이 감사한 감사 결과보고서를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세’ 유병호…현 사무총장보다 많은 특활비 수령
행정고시 출신인 유병호 감사위원은 2020년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사건 감사를 맡았고,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파격 승진해, 감사원 사무총장에 올랐다. 그가 사무총장으로 재직했던 2022년 6월부터 2024년 초까지 감사원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2년 7월 전현희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직무 감사를 시작으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등을 ‘표적 감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같은 시기, 감사원은 유병호 위원(당시 사무총장)에게 특활비를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확보한 감사원 예산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2022년까지 감사원장을 제외한 사무총장과 감사위원 6명에게 매 분기 동일한 금액의 특활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3년 감사원은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에게만 전년도보다 많은 1,640만 원의 특활비를 지급했다. 2023년은 최재해 감사원장을 포함한 감사위원들에게 지급되는 특활비가 모두 줄어든 시기였다. 이들이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900만 원의 특활비를 받는 동안,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만 2~3배에 달하는 특활비를 수령해 간 것이다.
이런 특활비 지급은 유병호 현 감사위원이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2024년 2월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가 사무총장으로 재직한 2024년 1월 감사원은 유 위원에게 318만 원의 특활비를 지급했다. 이어 같은해 2월부터 연말까지 910만 원의 특활비를 추가 지급했다. 다른 위원들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감사원이 지난해 유 위원에게 지급한 특활비 총액은 1,228만 원, 이는 2024년 감사원 고위 간부들이 쓴 특활비 4,433만 원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고도의 기밀 정보활동’에 쓰이는 특활비…감사위원 지급 정당성 의문
감사원의 이 같은 ‘특활비 몰아주기’에 대해 전직 감사원 공무원은 ‘특정 감사위원이 사무총장보다 많은 특활비를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감사 실무를 맡는 사무처와 달리, 감사위원회는 기밀이 필요한 정보수집 활동과 무관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감사위원회는 매주 사무처에서 올린 사건의 감사결과 보고서 및 행정조치 여부, 그 수위에 대해 심의하고 의결하는 일을 한다”며 “직접 감사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감사위원이 무슨 감사 관련 정보 활동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감사위원이 어떤 감사와 관련된 중요 제보자, 정보원을 만난다고 쳐요. 그럼 만나서 얻은 정보는 어떻게 사용하나요? 거기서 얻은 정보를 사무처에 전달하거나, 이를 토대로 감사에 개입한다는 겁니까? 이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직접 감사를 수행하는 사무처와 감사위원회는 검찰과 법원 관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전직 감사원 공무원 (A)
감사원법과 감사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감사위원은 감사원의 연중 감사계획을 승인하고, 감사 결과보고서와 이에 따른 조처의 합당성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감사 실무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의안을 심리할 때도 ‘심의의 독립성 및 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해당 위원이 심의에서 빠지도록 권고하는 ‘제척 규정’을 적용한다. 감사위원이 감사 결과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감사원은 유병호 등 감사위원들에게 ‘특별정보활동비’라는 명목으로 특활비를 지급했다. 최근 감사원이 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에게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특별정보활동비는 “대인 감찰, 첩보활동, 제보자 면담, 조력자 사례비 등 고도의 기밀이 요구되는 활동”에 사용되며 심사를 거쳐 지급한다.
그렇다면, 유 위원 역시 ‘고도의 기밀을 다루는 정보 활동’을 명목으로 ‘특별정보활동비’를 지급받은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전직 감사위원들은 “감사위원이 직접 사무처에 감사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에서 특수활동비는 주로 정보 수집비로 많이 씁니다. 일반적인 우리 공직 관련 감사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해서 사무처에 전달을 해 준다든가, 그렇게 해서 위원회에서 얘기를 한다든가 감사 계획 수립할 때도 참고도 하고요.
- -익명의 전 감사위원 (B)
유병호, ‘특별정보활동’ 이유로 사무처 소관 감사 개입 의혹
손님들 만나가지고 얘기 듣다 보면은 문제점이라든지 그런 거 있으면 … 사무처에서 어떤 좀 무리한 활동을 혹시 하고 있는 것인지라든지 … 그런 내용들을 많이 듣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전반적으로 감사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이거든요.
- -익명의 전 감사위원 (C)
결국, 유병호 감사위원은 사무총장 시절은 물론 감사위원이 되어서도 ‘특별정보활동’을 이유로 가장 많은 특활비를 수령했다. 그가 여전히 감사원 사무처에 감사 정보를 전달하며, 감사 활동에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
뉴스타파는 유 위원에게 어떤 명목으로 특활비를 수령했는지, 감사위원이 된 이후에도 감사 활동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었지만, 그는 “감사원 재무팀에 문의하라”고만 답했다.
특정 감사위원이 감사원 사무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감사원 스스로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는 “사무총장 시절부터 월성원전 1호기 표적 감사,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등 정치적 민감 사안에서 유병호 위원의 감사 관여 이력이 공개된 상황”이라며 “이런 의혹을 고려할 때, 그의 특수활동비 사용은 단순히 ‘많이 받았다’는 차원을 넘어, 그 예산이 어떤 용도와 경위로 집행되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고도의 기밀 활동과 무관한 감사원 간부에게 특활비를 몰아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감사원이 ‘고도의 기밀’이 요구되는 업무에 써야할 특활비를 예산 목적을 벗어나 집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정 소장은 “고위 간부들은 기밀 유지가 필요한 일, 일선의 업무에서 비껴 나 있기 때문에, 그들이 쓸 수 있도록 만든 게 업무추진비”라며, “업무추진비로 써도 되는 것을 왜 특수활동비로 써야 되는지 모르겠고 그렇게 특수활동비를 쓰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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