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내란 특수활동비(특활비) 의혹'으로 1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됐다. 주요 혐의는 업무상 횡령이다.
이날 오전 세금도둑잡아라·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함께하는시민행동은 공수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장을 접수했다.
3개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뉴스타파의 보도를 통해 심 전 총장이 비상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부터 나흘 동안 평균 한 달치 특활비보다도 많은 3억 4,200만 원의 특활비를 쓴 사실이 확인됐다. 이처럼 이례적인 규모의 특활비가 '윤석열 내란'와 연관돼 있는 것은 아닌지 신속하고도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전 총장은 비상계엄 국무회의 종료 직후부터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과 최소 세 차례 전화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내란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관련 기사: 특검 "박성재, 계엄 때 심우정한테 합수부에 검사 파견 지시" 영장 적시)
하승수 변호사 "특활비 오남용 정황=업무상 횡령 혐의 정황"
기자회견에 이어 시민단체는 공수처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뉴스타파의 보도 등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으로도 심 전 총장에게는 최소한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특활비를 규정된 용도에서 벗어나 사용했을 경우 그 자체로 업무상 횡령죄의 구성 요건인 '불법영득의사'가 성립된다는 확정 판례(서울고등법원 2019노2678)가 이미 존재한다. 이 판례를 토대로 보면 심 전 총장의 '특활비 오남용 정황'은 곧 '업무상 횡령 혐의의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활비 오남용 정황을 토대로 심 전 총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면 수사 과정에서 '심우정 특활비'의 구체적인 사용처, 수령자 등 '윤석열 내란'과의 연관성 여부 또한 자연스럽게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정의 특활비 오남용 정황① 집행 금액의 '이례성'
시민단체들은 심 전 총장의 특활비 오남용 정황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지난 5일 대검찰청이 뉴스타파의 '심우정 내란 특활비 의혹' 보도에 대해 내놓은 해명에 특히 주목했다.
검찰의 해명은 크게 두 가지다. ①2024년 12월 6일 내란 혐의 수사를 위한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 ②나머지는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다.
이 중 '②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다'라는 해명은 뉴스타파 검증 결과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 집행 방식과 규모에서 '통상적'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차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심우정 내란 특활비 의혹'이 통상적? 검찰의 거짓 해명 정황)
정보공개센터의 김예찬 활동가는 "심 전 총장이 계엄 당일부터 나흘 동안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막대한 특활비를 쓴 사실 자체가 규정된 용도에서 벗어나 특활비를 집행한 정황"이라고 말했다. 용도에 맞춰 정상적으로 특활비를 썼다면, 내란 당일부터 나흘 동안에만 갑자기 특활비 집행 금액이 폭증했을 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심우정의 특활비 오남용 정황② 검찰의 '실토'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채연하 운영위원장은 "검찰의 해명 가운데 '①2024년 12월 6일 내란 혐의 수사를 위한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대목에서도 심 전 총장의 특활비 오남용 정황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집행지침을 통해 특활비의 용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채 위원장은 "특별수사본부 구성처럼 예기치 못한 예산 소요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예비비'를 쓰도록 돼 있다. 정보 수집이나 수사가 아니라 수사본부의 '구성'에 특활비를 썼다는 검찰의 해명은 '심 전 총장이 특활비를 오남용했다'는 것을 실토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공수처가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심우정 내란 특활비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상설특검을 국회에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