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차남 김 모 씨의 대학 편입 문제를 이지희 동작구 구의원(현 부의장)이 한 입시 컨설팅 업체와 상의했던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에는, 이 부의장이 지난 2022년 입시 컨설팅 업체 대표와 차남 김모 씨의 편입 방법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원내대표가 공무원인 지역구 구의원을 본인의 자녀 일에 사적으로 동원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뉴스타파 질의에 해명과 답변을 보내오지 않다가, 지난 4일 첫 보도가 나가자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뉴스타파 보도가 '가짜 뉴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보좌 직원과 구의원을 사적으로 동원한 데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이번 보도를 앞두고도 지난 8일(어제) 김 원내대표 측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김 원내대표는 뉴스타파 질의 직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뉴스타파 보도가 '허위 왜곡 보도'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4일, 김 원내대표가 2021년경 차남 김 씨의 대학 재편입을 앞두고 숭실대에 방문해 대학 편입 방법을 문의하고, 이듬해엔 공무원인 자신의 보좌 직원과 이지희 구의원을 통해 숭실대 편입 절차를 알아봤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하단)
컨설팅 업체, 차남 김 씨의 계약학과 편입 서류 제출받아
뉴스타파가 제기한 핵심 의혹은 두 가지다. 하나는 김병기 원내대표가 구의원과 보좌 직원을 차남 대학 편입을 위해 사적으로 동원했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즉답을 피했는데, 뉴스타파가 입수한 카카오톡 메신저에는 이러한 사적 동원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지난 2022년 4월, 김 원내대표의 측근인 이지희 구의원과 김병기 의원실 소속 보좌 직원은 숭실대를 방문해 편입 절차를 문의한다. 이로부터 약 5개월 후인 2022년 9월, 이지희 구의원은 서울 소재 입시 컨설팅 업체 대표 A씨와 '김병기 차남'의 대학 편입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된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해당 날짜의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에 따르면, A씨는 이 구의원에게 "국민대, 명지대, 숭실대로부터 김OO 학생(김병기 대표의 차남)의 계약학과 편입 지원 자격을 적격하게 갖추었음을 확인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A씨가 이 구의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차남 김 씨의 재학 증명서와 성적 증명서 등이 해당 입시 컨설팅 업체에 제출된 정황도 담겼다.
A씨는 이 구의원에게 "12월 초 원서 접수 기간에 맞추어 저에게 보내주셨던 (김 씨의) 재학 증명서와 성적 증명서 등의 공증을 받아 준비하여 나머지 서류와 같이 제출하면 됩니다", "참고로 공증시 한국어 번역본과 함께 제출하시면 좋겠다고 합니다. 지원 학교와 학과가 정해지면 다시 정확하게 안내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계약학과 특성상 원서접수가 곧 합격으로 직결되는 만큼 지망 대학 및 학과를 정해지는 대로 다시 한 번 정확히 알려주시면 맞추어 안내해드리겠다"며 "저도 좋은 소식 드리게 되어 기쁘다. 감사하다"고 적었다.
이 구의원은 A 씨의 메시지에 "네 감사합니다 원장님^^"이라고 답했다.
'무시험 편입 방법' 홍보한 컨설팅 업체
A씨가 대표를 맡고있는 이 업체는 '학력 개발 전문기업'이라고 스스로를 홍보하고 있다. 이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무시험 편입방법 13가지' 등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를 위한 무시험 편입전형'이라는 게시글에는 "산업체 특별전형을 통해 공인영어 또는 편입영어를 준비할 필요 없이 대학교 입학이 가능하다"는 등의 글이 적혀있다.
또 '인서울 4년제 대학교를 무시험으로?'라는 제목의 글에선 "무조건 인서울 명문대 (국민대 명지대 숭실대) 이상 다 보내드리고 있다"며 "산업체 전형을 통해 정식으로 합격시켜 드리는 것이다. 불법 행위는 전혀 없다"고 적었다.
실제 해당 업체 직원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산업체에 취업하신 분들 위주로 계약학과 입학을 컨설팅(자문) 해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즉, 이 업체는 김 원내대표 차남 김 씨가 숭실대에 입학했던 학과인 '계약학과' 편입을 주력으로 컨설팅해 온 업체였던 것이다.
현직 구의원이 국회의원 자녀를 '대신해' 대학 편입 방법을 알아본 이유가 뭘까. 김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뉴스타파 보도 이후 SNS에 올린 해명글에서 "아들은 채용사이트를 통해 중소기업에 공채 입사했다"며 "계약학과 입학 조건으로 고졸 대우 최저임금을 받는 대신 회사는 2년간 등록금 중 50%를 지원했다"고 적었다. 또 일부 언론 매체 기자들을 상대로 '뉴스타파가 허위 보도를 했다'며 '아들이 계약학과에 들어간다고 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식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위 두 입장을 정리하면 차남 김 씨의 대학 편입은 김 원내대표 본인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고, 차남 김 씨가 스스로 계약학과를 정해 중소기업에 입사한 뒤 숭실대에 편입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차남 김 씨가 이 회사에 입사한 건 2022년 상반기인 5월경으로 파악되고, 이지희 부의장이 입시 컨설턴트와 김 씨의 편입 문제를 두고 논의한 건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2022년 9월이다.
즉, 김 씨가 이미 계약학과 입학을 고민하던 시점에 지역구 구의원이 입시 컨설턴트를 접촉했다는 건데, 부모인 김 원내대표의 지시도 없이 해당 구의원이 차남 김 씨의 성적 증명서 등을 발급받아 입시 컨설턴트와 편입 문제를 상의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취재진은 공무원 신분인 현직 구의원이 왜 자신의 가족도 아닌 국회의원 자녀의 대학 편입을 위해 입시 컨설턴트와 상의를 했는지 등을 묻기 위해 이지희 현 동작구의회 부의장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입시 컨설턴트 A씨에게 역시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차남의 이례적인 입사 조건, '최저 시급+등록금' 지원
김 원내대표는 뉴스타파가 제기한 핵심 의혹 중 두번째, 차남이 숭실대 편입 전 입사한 중소기업으로부터 상당히 이례적인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차남이 (해당 기업에서) 최저임금을 받았다'는 식의 해명을 내놨다. "차남이 자기 개발과 발전성을 고려해 해당 중소기업을 선택했고, 계약학과 입학 조건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대신 회사가 2년간 등록금 50%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므로 특혜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입사 조건을 논의한 사람이 차남 김 씨이므로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지난 8일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어떤 사회 초년생이 '내가 이 회사에 취업하고 싶은데, 지금 학교를 다녀야 된다. 그러니 2년 정도 대학 등록금을 좀 지원해 줄 수 있냐'는 얘기를 기업 측에 할 수 있겠느냐"며 "그러한 질문 자체를 꺼내볼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취업·편입) 과정이 과연 자연스럽다고 느끼시는지 묻고싶다"며 "그 차남이 얻을 수 있었던 그 경로라고 하는 것이 과연 보편적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기회였는지를 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 반론 없이 SNS에 "악의적 제보" 의심
김 원내대표는 뉴스타파의 질의에 전혀 답하지 않으면서도 보도가 나가면 자신의 SNS에 입장을 올리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8일 취재진이 거듭 해명을 요구했지만 이번에도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김 원내대표는 뉴스타파 질의를 접한 뒤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뉴스타파가 허위 왜곡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여전히 뉴스타파 질의에는 즉답을 피한 채, "2022년 4월 구의원과 전 비서관이 숭실대를 방문하기 전 차남은 이미 회사에 재직 중이었다", "숭실대 총장을 먼저 찾아간 것이 아니라, 총장이 방문을 요청해서 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뉴스타파의 질의에 응하지 않았던 건 악의적 제보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고, 취재 의도가 심히 의심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