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최근 '심우정 내란 특수활동비(특활비) 의혹'을 최초 보도했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윤석열 비상계엄' 당일인 2024년 12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 동안, 평균 한 달치의 특활비보다도 많은 3억 4,200만 원의 특활비를 쓴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이례적인 규모의 특활비 집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심우정 특활비'와 '윤석열 내란'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대검찰청은 지난 5일 "(2024년) 12월 6일 내란 혐의 수사를 위한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나머지는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라고 해명했다. 뉴스타파는 검찰의 해명이 사실인지 면밀하게 검증했다. 그 결과, 검찰이 거짓 해명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
자체 진상조사 중인 검찰, "'심우정 내란 특활비 의혹' 문제 없다"
'계엄 당일부터 나흘 동안 심우정 특활비의 집행 금액이 이례적으로 컸던 건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구성에 들어간 특활비 때문이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다. 결국 심우정 특활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검찰의 해명이다.
이 검찰의 해명에 따르면, 심 전 총장이 계엄 당일부터 나흘 동안 쓴 특활비는 결국 두 종류다.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구성에 들어간 특활비(①번 특활비)와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②번 특활비)다.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 검증해보니 거짓
검찰의 해명은 사실일까. 뉴스타파는 심 전 총장이 계엄 당일부터 나흘 동안 쓴 특활비를 면밀히 분석했다.
내란 직후 집행된 심우정 특활비 내역을 날짜별, 금액별로 보기 편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괄호 안의 숫자는 돈봉투의 개수다. 예를 들어 ▲12월 3일 ▲500만 원 ▲괄호 6은, 심 전 총장이 ▲계엄 당일에 ▲현금 500만 원이 든 돈봉투 ▲6개를 만들어 나눠줬다는 얘기다. 맨 위의 숫자는 심 전 총장이 쓴 특활비의 날짜별 합계 금액이다.
이렇게 보니 검찰의 해명처럼, 심 전 총장이 계엄 당일부터 나흘 동안 쓴 특활비가 두 종류로 구분된다. 12월 4일과 6일에 딱 1건씩만 집행된, 금액이 1,000~5,000만 원인 것들, 그리고 나흘 내내 다수에게 소위 뿌려진, 1,000만 원 미만의 것들이다.
이 분석 결과를 검찰의 해명 속 두 종류의 특활비(①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구성에 들어간 특활비 / ②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와 대조해봤다.
뉴스타파가 접촉한 다수의 전현직 검사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는 ▲일정한 금액이 매달 일정한 날짜에 ▲다수에게 뿌려진다. ▲일정한 패턴 아래 ▲다수에 뿌려진 특활비가 검찰이 말하는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인 셈이다.
이에 비춰보면 심우정 특활비 중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②번 특활비)는 다수의 봉투가 만들어진 1,000만 원 미만의 것들로 추정된다. 반면, 일회적으로 만들어진 1,000~5,000만 원 특활비는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구성에 소요된 비용(①번 특활비)이라고 볼 수 있다.
"심 전 총장이 계엄 당일부터 나흘 동안 쓴 특활비는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일뿐"이라는 검찰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1,000만 원 미만으로 집행된 특활비의 패턴이 ▲매달 반복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일단 내란 직후 나흘간 뿌려진 1,000만 원 미만 특활비의 패턴은 뚜렷하게 보인다. ▲100, 200, 300, 500만 원을 ▲월 초에 ▲나흘 연속으로 쓴 것이다.
그렇다면 이 패턴이 검찰의 해명대로 정말 통상적으로 매달 나타나는 게 맞는지, 심 전 총장이 2024년 1년 동안 쓴 특활비의 장부 전체를 살펴봤다.
일단 '100, 200, 300, 500만 원 패턴'은 매달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12월을 포함해 열두 달 중 8개 달에서만 나타났다.
또 '월 초순에 나흘 연속의 패턴'대로 쓴 사례는 12월 3일부터 나흘 동안 말고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달에 비해 금액 차이도 너무나 컸다. 심 전 총장이 '100, 200, 300, 500만 원 패턴'으로 계엄 당일부터 나흘 동안 쓴 특활비는 총 2억 5,200만 원이다. 다른 달과 비교하면 최대 14배까지 차이가 났다.
이런 차이가 연말에 특활비를 몰아써서 생긴 게 아닐까. 심 전 총장이 특활비를 12월에 몰아쓴 건 맞다. 하지만 심 전 총장의 12월 전체의 특활비 지출은 다른 달보다 평균 2.5배 많은 정도다. 계엄 당일부터 나흘 동안 집중적으로 쓴 특활비의 금액 규모는 단순히 특활비 소진 차원에서 몰아썼다는 것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검증 결과를 종합하면, 검찰의 해명과 달리 심 전 총장이 계엄 당일부터 나흘 동안 쓴 특활비는 통상적으로 매달 집행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검찰이 '심우정 내란 특활비 의혹'에 대해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