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 작성 시기는 2024년 1월 말 ~ 4월 사이
계획의 실행 시점은 총선 전과 총선 후로 구분되어 있으며, 총선 결과에 따라 국회 상황을 고려해 계엄 실행 여부를 결정하려 했다는 점에서 ‘노상원 수첩’ 작성 시점은 지난 2024년 총선 이전으로 추정된다.
작성 시기를 더 좁혀볼 단서도 있다. ‘노상원 수첩’에서는 체포를 ‘수거’라고 표현했는데, ‘수거 대상’ 중에 차범근 전 축구감독이 포함되어 있다. 차범근 전 감독이 2024년 1월 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위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보도로 알려진 것을 고려하면, ‘노상원 수첩’이 작성된 시기는 2024년 1월 말에서 4월 사이로 추정된다.
‘행사’ 시나리오... 여의도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수거’ 확대
‘노상원 수첩’에 따르면, ‘행사’(계엄) 당일 여의도에서 ‘수거’(체포)를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 기록되어 있다. 경찰이 국회 출입구를 봉쇄하여 모든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며, 봉쇄 기간을 2~3주간으로 예정한 것에 따른 경비인력의 식사와 목욕 문제까지 고민한 흔적도 담겨있다.
여의도에서 체포된 야당 정치인들은 특별 수사 및 재판을 받고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언론·민노총·전교조·민변 관계자들까지 일제히 ‘수거’(체포) 대상으로 지목됐으며, 중앙에서 체포가 끝나면 지방 체포팀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체포 대상 ‘문 때’ 인사들과 ‘좌파’
‘수거 대상’, 즉 체포 대상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은 ‘문 때’로 ‘문재인 정부 때’의 줄임말로 해석되며 총 11회 등장한다. ‘문 때 차관 이상’, ‘문 때 국정원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을 특정해 체포 대상에 포함시켰다. 반대 세력에는 ‘좌파’라는 딱지를 붙여 분류했다. 66쪽에는 ‘좌파 유튜버’부터 ‘좌파 판사’, ‘좌파 연예인들’이 수거 대상에 포함됐다.
A급은 연평도, B~D급은 별도 수집소
체포된 인원을 배분하고 ‘처리’하는 계획도 노트에 담겼다. 체포한 인원들을 A, B, C, D급으로 나눠서 A급은 “군함 이용”하여 “연평도(로) 이동”하고, B에서 D급은 별도의 수집소 운영을 계획했다. 노트 44쪽부터 53쪽까지는 ‘수거대상처리’ 방안 계획이 기록돼 있다. 47쪽에는 “실미도 등 무인도/ GOP, 민통선/ 이북에/ 수용 후 처리/ - 자체 사고로 처리/ -도주자 처리”라고 되어 있으며, 49쪽에는 “GOP상에서/ 수용시설에/ 화재, 폭파”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수거 대상 처리... 외부 용역업체·북한 공격 활용한 계획
체포한 인원들을 선박으로 운송하면서 선박을 격침하려는 계획도 ‘노상원 수첩’에서 확인됐다. “나머지 수거 대상 어찌할 것인가”라는 문장 이후, 53쪽에는 “외부 용역업체 미리/ 어뢰 공격”, “NLL 인근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 등”이라는 구절도 등장해, 외부 용역업체 또는 북한의 공격을 활용하여 체포한 인원들을 처리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노상원은 목표를 분명히 적시했다. “실행 후 싹을 제거/ 근원을 없애버리고 지속적으로 싹을 잘라버리는 방법을 쓴다”(2쪽)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27쪽에는 여의도에서 체포한 ‘좌파’ 정치인에게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구형하는 것을 계획하면서도 ‘너무 강한 조치는 역고소 당해서 곤란’하다고 적었다. 정치적 반대 세력의 저항도 예상했음을 알 수 있다.
국회의원 절반 축소·대통령 3선 허용 계획
‘행사’(계엄) 이후 정치 제도 개편안도 담겼다. ‘노상원 수첩’ 35쪽에는 국회의원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국회의원의 특혜를 폐지하며 봉사직으로 변경하겠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한 계엄 중 체포되어 수감된 이들은 형 집행이 끝나고 5년간 선거권을 박탈하며,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이 재선 내지 3선에 성공하는 것을 도모했다. 헌법 개정과 함께 ‘국가안전관리법’을 제정하는 계획도 들어있다.(34쪽)
내란 기획서에서 내란 특검의 물증으로
다행히 노상원이 기획한 내란은 실패했다. 첫 단추였던 국회 봉쇄부터 성공하지 못했고, 국민들의 도움으로 국회의원들은 신속하게 계엄 해제안을 통과시켰다. ‘노상원 수첩’은 현재 내란 특검 수사에서 중요한 물증이다. 수첩 속 내용이 언제부터, 누구의 지시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으며 어느 선까지 보고되었는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 뉴스타파는 내란 기획자들의 속내가 무엇이었는지를 일반 국민들에게 빠짐없이 알리기 위해 ‘노상원 수첩’의 전문을 특별페이지로 제작·공개한다.
<내란 기획자의 수첩> 특별페이지
특별페이지 보러가기 : https://pages.newstapa.org/2025/RohSang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