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감사원에 예산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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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예산 사용 내역 공개하라"... 대법원 확정판결
지난 14일,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뉴스타파가 제기한 감사원 예산 사용 내역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행정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감사원의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1·2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의미다.
뉴스타파는 지난 2022년 11월, 감사원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1) 감사원장·감사위원·사무총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건별 세부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영수증·카드명세서·전표·지출결의서 등)
2) 2022년 1월 1일부터 11월 25일까지 감사원의 출장비 건별 세부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영수증·카드명세서·전표·지출결의서 등)
그동안 감사원은 기본적인 예산 사용 내역도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만 제한적으로 공개했다. 사용 날짜와 목적, 액수만 부분 공개했기 때문에 돈을 '어디서' 썼는지 알 길이 없었다. 차관급인 감사위원은 아예 공개 대상도 아니었다.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역시 전면 비공개했다.
출장비도 '깜깜이'었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해도 연간 출장비 사용 총액만 공개할 뿐, 세부 내역과 증빙자료는 모두 비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감사원의 출장비 규모는 2020년 53억여 원, 2021년 39억여 원, 2022년(1~8월) 31억여 원 등 한 해 수십억 원에 달한다.
이렇게 자신들의 예산 사용 내역은 철저히 비공개하는 감사원은 일상적으로 타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 실태를 감사해 경고나 징계요구 등 처분을 내리고, 필요에 따라 수사 의뢰를 하고 있다.
2022년 12월 감사원은 뉴스타파의 정보공개청구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감사원은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를 공개하면 감사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또 "출장비는 지침에 따라 산정하고 있으며 출장비 부정 수령에 대한 통제 장치도 마련돼 있다. 출장비 정보공개청구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알권리의 범위를 벗어난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시민과 언론의 감시는 안 받겠다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2023년 1월 뉴스타파는 감사원의 정보공개 거부 처분에 대한 취소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1·2심 모든 재판 과정을 통틀어, 감사원의 정보 비공개 주장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감사원 측은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내역이 공개되면 감사·정보 활동 동선 등이 노출돼 감사 업무의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 또한 출장비 내역이 공개되면, 구체적인 감사의 조사 시점과 감사관의 동선 등이 공개돼 감사의 밀행성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일관되게 "개연성이 없다"며 수용하지 않았고,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출장비 정보 중 '출장 사유', '출장 기간 및 인원'은 비공개해도 된다며 부분 공개 판결을 내렸다. 이 정보가 공개되면 "감사의 규모와 감사 방식·기법 등이 노출돼 피감기관이 향후 유사한 종류의 감사를 받을 경우 그에 대처함으로써 감사 업무의 효율적인 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부분 공개 판결도 수긍하지 않았다. "출장비 관련 정보를 공개하려면 과도한 행정적 노력이 필요해 사실상 불가능하고, 공개의 가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새로운 주장을 폈다.
법원은 이 역시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개 대상 정보가 너무 많다면 사본·복제물을 교부하거나 열람을 병행해 제공하는 등의 절차를 활용할 수 있다. 또 비공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으로도 감사원의 출장비 사용에 관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 의미가 있어 공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감사원)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시했다.
감사원은 1·2심에서 내리 패소했지만, 끝까지 불복했다. 지난 5월 2일 상고하며 사건을 대법원으로 가져갔다.
대법원은 사건 접수 3개월 만에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소송 제기 2년 7개월여 만이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 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에 위법·위헌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다. 감사원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1·2심 판결에 어떠한 위법·위헌 요소도 없었다는 얘기다.
행정소송법 30조에 따라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감사원은 '재처분 의무'를 진다. 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예산 사용 내역과 증빙자료를 공개하든, 아니면 기존 재판에서 다루지 않은 새로운 사유를 들어 또다시 정보를 비공개해야 한다. 실제 정보공개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고도 후자를 선택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
소송에서 뉴스타파 측을 법률 대리한 하승수 변호사(뉴스타파 전문위원)는 "이미 2023년 4월 검찰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고, 정보가 공개됐다. 또 최근에는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는 확정판결이 나왔다. 감사원도 예외일 수 없다. 감사원은 판결 취지에 따라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뉴스타파는 감사원에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감사원이 최초 비공개했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출장비 사용 내역과 증빙자료를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 감사원에 연락해 '법원 판결에 따라 정보공개를 이행할 것인지', '정보공개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해 협의할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지난 18일 감사원 측은 "법원 확정판결이 지난 14일에 나와 아직 내부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논의와 결재 등 절차를 거친 후 뉴스타파에 연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