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역 방문 일정 기획도 명태균에 의존하며 ‘체리 따봉’

임선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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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의 고향인 창녕을 포함해 경남 주요 지역을 방문했던 일정을 명태균 씨가 짜고 기획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새롭게 확인됐다.

명 씨가 기획한 대로 창녕 방문이 언론에 호응을 얻자, 윤 대통령은 1대1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명 씨에게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냈다.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 내에 아무런 직함·직책이 없던 명 씨가 윤 대통령의 ‘비선 참모’ 역할을 했다는 증거가 또 나온 것이다.

명태균 “윤 후보자, 창녕 방문이 제일 중요”... 윤석열 일정·동선 직접 기획

2021년 9월 18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경상남도를 방문했다. 먼저 찾은 곳은 창녕으로, 홍준표 대구시장의 고향이다. 당시 언론은 윤 대통령이 창녕 방문을 통해, 경쟁자인 홍 시장을 성공적으로 견제했다고 평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윤 대통령의 창녕 방문은 ‘명태균의 기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19일, 명 씨는 검찰에 “윤 후보의 경남 방문 일정을 자신이 짰다”면서 아래와 같이 진술했다.



○명태균: 저는 경남지역 일정만 짰고, 경북지역 일정은 짜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에게 중요한 것은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의 고향인 창녕을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검사: 창녕은 윤석열 후보자의 경쟁상대였던 홍준표 현 대구시장의 고향인데, 윤석열 후보자가 창녕을 방문하는 일정은 피의자(명태균)가 기획하여 넣은 것이 맞는가요.
○명태균: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윤석열 후보자가 창녕을 방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였습니다.
- 2024년 11월 19일, 명태균 씨의 검찰 진술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내역에도 남아 있는 경남 방문 일정 논의 기록

이 같은 명 씨의 검찰 진술은 윤 대통령이 명 씨와 나눈 1대1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2021년 9월 14일,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내역 (출처: 검찰 수사보고서)


윤 대통령의 경남 방문 나흘 전인 2021년 9월 14일 오후 5시 1분,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한글 파일을 건넨다.

파일명은 ‘경남일정-2.hwp’. 제목으로 봤을 때, 검찰 진술 내용 그대로 창녕을 포함한 윤 대통령의 경남 방문 일정의 얼개를 명 씨가 잡은 문서로 추정된다.

▲2021년 9월 16일,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내역 (출처: 검찰 수사 보고서)


이로부터 이틀 뒤인 2021년 9월 16일 아침.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경북경남방문일정계획안.hwp’라는 한글 파일을 보낸다.

곧이어 명 씨가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고, 윤 대통령은 캡처 이미지 파일도 한 장, 추가로 전송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경남 방문 일정표를 캡처해 보낸 것이다. 명 씨는 “고맙습니다. 총장님~^”이라고 답했다. 

▲2021년 9월 16일,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공유한 자신의 경남 방문 일정표 (출처: 검찰 수사 보고서)


일정표에는 시장 5곳의 방문 일정이 시간대별로 적혀 있는데, 명 씨가 기획·제안한 대로 창녕이 윤 대통령의 첫 번째 방문지로 돼 있다.

윤석열, 홍준표 고향 창녕 방문 직후 명태균에 ‘체리 따봉’ 이모티콘 전송

윤 대통령은 실제로 2021년 9월 18일에 창녕을 방문했다. 그 직후 명 씨는 윤 대통령에게 텔레그램으로 기사 링크 하나를 보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홍준표 고향 창녕 찾아 추석 민심 살펴’라는 제목의 기사다.

▲2021년 9월 18일,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대화 내역 (출처: 검찰 수사 보고서)


곧이어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냈다. 명 씨가 기획한 대로, 언론이 윤 대통령의 창녕 방문에 좋은 반응을 보이자, 윤 대통령이 만족의 표현을 명 씨에게 한 것이다.

명태균, 검찰에 “윤 대통령 따라다니며 현장 반응 체크” 진술 

명 씨가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비선 참모’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명 씨의 검찰 진술은 또 있다.

윤 대통령은 창녕을 방문한 2021년 9월 18일 이날, 진주와 마산, 창원, 김해에도 연이어 들렀다. 당시 명 씨가 윤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수행하는 영상이 지난해 MBC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2024년 11월 1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지난해 명 씨를 조사한 검사가 이 영상을 콕 집으며, 명 씨에게 이때 무슨 역할을 했는지 물었다. 이에 명 씨는 “윤 대통령을 따라다니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현장의 반응을 체크했다”고 진술했다.

윤석열 캠프 내에 아무런 직함이나 직책이 없었던 명 씨가 대선 기간, ▲1대1 텔레그램방에서 윤 대통령과 소통하며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짜’로 제공한 것은 물론 ▲윤 대통령의 경남 방문 일정을 직접 기획하고 ▲언론 반응 등 현장의 여론 동향을 수집해 보고하는 등 윤 대통령의 ‘비선 참모’로 활동했다는 증거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윤 대통령이 당선 이후 명 씨에게 국회의원 공천권을 준 이유도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검찰은 이 같은 윤석열-명태균 관계의 전모를 지난해 11월에 이미 파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고, 지금도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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