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용산 이전, '이태원 참사'에 영향"…정부, 합동감사 결과 발표

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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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경찰 지휘부, 용산 이전 이후 대통령실 경비에 우선순위 두고 인력 운용"
용산구 책임론도…'재난 발생 초동 보고 체계' 작동 안 해 "총체적 난국"
유가족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점에서 의미 있어…행안부 추가 조사 필요"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엿새 앞둔 23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전시된 추모 사진 전시 앞에서 유가족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10·29 이태원 참사의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지목했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이태원 일대에 경찰 경비 인력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만시지탄이지만, 진상 규명의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23일 국무조정실은 새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7월23일부터 경찰청·서울시청·용산구청에 대한 정부 합동감사를 실시해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국무조정실은 "예견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한 경찰의 사전 대비가 명백하게 부족했다"며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참사 당일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를 위해 경비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됐지만, 이태원 일대에는 전혀 배치되지 않았다는 게 국무조정실 설명이다. 당시 경찰 지휘부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의문만 제기했을 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국무조정실은 "실제로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 인근 경비를 우선시해 인력을 운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2022년 5월1일부터 10월30일까지 용산서 관내 집회·시위는 총 921건으로, 전년 동기 34건 대비 약 27배로 증가했다. 평균적인 경찰 기동대 투입 인원도 늘었다.

경찰 역시 국무조정실의 입장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정삼 경찰청 감사관은 브리핑에서 "당시 그런 소문은 많았지만, 이번 감사를 통해 수치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감사는 (경찰의) 사전 대비, 경력 운용, 후속 조치까지 훑어서 참사 진상을 규명하고자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참사 후속 조치로 2022년 11월부터 1년간 실시한 특별감찰 역시 부적절했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당시 특별감찰팀은 수사 의뢰 외에는 공식적인 감찰 활동 보고서를 남기지 않은 채 활동을 종료했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참사 책임자가 징계 없이 정년퇴직하도록 방치했다.

서울시와 용산구 등 지자체의 대응도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재난 발생에 따른 초동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나 현장통합지원본부 가동 등 후속 조치 역시 지연되거나 아예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국무조정실은 "용산구청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으며, 재난 수습 과정에서도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총체적인 부실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이태원 참사 책임자에 대한 징계 등 후속 조치가 부족했다고 결론지었다. 2023년 5월, 용산구청이 징계를 요구했음에도 공식 절차 없이 내부 보고만으로 징계를 보류했고 결국 해당 인물은 아무런 징계 없이 정년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용산구청은 경찰로부터 직무상 비위자 7명을 통보받았으나 현재까지 이들에 대해 어떠한 징계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국무조정실은 "이번 감사를 통해 참사 대응에 책임이 있거나 책임자 징계 등 후속 조치 과정에서 비위가 확인된 경찰, 용산구청, 서울시청 관련자 62명에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 1차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 유가족 "만시지탄이지만 진상규명 단초 열어"

이번 합동감사는 지난 7월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행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적 참사 유족을 만나 이태원 참사 유족의 요청을 수용하면서 진행됐다. 유족들은 징계 시효(3년)가 지나기 전에 감사를 실시해 달라고 요청했고 대통령이 이에 응답한 결과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정부의 합동감사 결과 발표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진상규명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감사를 실시해 참사 당시 경찰과 지자체의 불합리한 행정과 문제점들을 명확히 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한 점에선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정부의 이번 합동감사를 통해 확인한 것은 지난 3년간 정부가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참사의 책임을 미루고 회피하기만 했을 뿐, 159명의 희생 앞에 어떠한 죄책감도 없었고 진상규명에 대한 책임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책임자 처벌에 대해서는 "책임이 확인된 주요 공직자들이 아무런 조치 없이 이미 퇴직해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면서 "감사 이전 기관들은 자체 감사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아예 징계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단체는 "피해자 구조와 수습, 대응 전반의 과정에 대한 감사는 이번 합동감사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행정안전부가 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았는지, 소방 구조구급 활동에서 미흡함은 없었는지 등에 대한 감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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