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박 관할수역 내 발견 시 대응매뉴얼 개정' 尹정부 안보실 자료 단독 입수
컨트롤타워 변경 '시점' 묘해…2022년 文정부의 대응 비판하던 시기에 '개정'
文정부 시절에는 靑 안보실이 '상황 대응'부터 '언론 발표'까지 컨트롤타워 역할
尹정부에선 국정원이 주관기관으로 바뀌어…"'언론 발표'는 안보실과 협의" 모순?
동일 상황 '데자뷔 리스크' 고려했나…윤건영 "책임 회피용이란 의혹 사기에 충분"
윤석열 정부가 '북한 선박 대응 매뉴얼'을 정권 출범 직후부터 손보면서 '책임은' 국가정보원(국정원)에, '메시지 통제권'은 대통령실에 남기는 '이원화 구조'를 설계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상황 관리부터 언론 대응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던 일원화 체계를 해체하고, 실무와 통제 권한을 분리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이 향후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제도를 손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통령기록관을 통해 입수한 국가위기관리센터의 '북한 선박 인원이 우리 관할수역 내에서 발견 시 대응매뉴얼 개정 결과보고' 문건에 따르면, 기존 매뉴얼에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상황 관리·정보 공유·언론 대응·대북 송환 등을 총괄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매뉴얼 작성과 귀순자 처리, 합동 조사 등을 국정원이 주관하도록 했다. 반면 언론 대응 권한은 여전히 국가안보실이 갖고 있어 '책임'과 '권한'이 분리된 구조가 명문화됐다.
언론 대응 방식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문건은 '비공개 원칙'을 명시하면서도 공개 필요 시 국가안보실과 협의 후 대응하도록 규정했다. 최초 상황에 대한 발표는 상황 처리기관이 작성·발표하지만, 이후 추가 발표와 조정 권한은 국가안보실이 사실상 갖는 방식이다. 실무 부담은 정보기관에 지우면서도, 메시지 통제권은 대통령실이 유지하는 구조다.
국가안보실, 尹 취임 직후 '北 선박 대응' 매뉴얼 개정
이 같은 매뉴얼 개정은 묘한 시점에 이뤄졌다. 국가안보실은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28일 김성한 당시 안보실장에게 개정 방안을 보고했고, 같은 해 7월부터 9월까지 과장급 회의 4차례, 국장급 회의 1차례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 시점은 윤석열 정부가 탈북한 선원 2명을 문재인 정부가 2019년 돌려보낸 것을 문제 삼으며 언론을 통해 관련 기사가 하나둘씩 보도되던 때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6월21일 용산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 제기를 많이 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 선박 대응 매뉴얼을 개정한 배경에 대통령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시 윤석열 정부의 문제제기 속 북한 선박 귀순·송환 논란은 '강제 북송 프레임'이 씌워져 문재인 정부의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 등을 향하는 정치적 논란으로 번졌고, 야권(국민의힘)은 이를 집중 부각하며 여권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전례를 염두에 두고,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통령실이 직접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로 매뉴얼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 문건에도 "북한 선박의 진입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신속한 개정을 위해 7월부터 관계 기관 회의를 거쳤다"고 명시돼 있다.
안보실은 당시 문건에서 개정의 배경에 대해 "이전 매뉴얼은 지난 정부에서 북한 선박의 단순 진입에 대한 현지 송환 위주로 작성됐다"며 "이에 따라 우리 관할 수역 내 북한 선박과 인원의 구조활동과 함께 국가안보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개정했다"고 밝혔다.
'강제 북송 조사와 연계해 매뉴얼 개정을 한 것이 아닌지'와 관련해서는 "매뉴얼 개정은 지난 6월부터 안보실 차원에서 개정 필요성을 인식해 결정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현시점에서 매뉴얼 개정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이전 매뉴얼은 지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따라 안보실에서 개정한 것으로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과 차이점이 있다"는 명분을 들었다.
이에 대해 윤건영 의원은 "남북 관계라는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던 윤석열 정권이 정작 자신들이 동일한 사태가 벌어질 때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매뉴얼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라며 "국가적 위기 대응 시 청와대 보다 국가적 자원을 신속하고 폭넓게 동원해 투입할 수 있는 주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매뉴얼 개정에 대해 '범정부적 차원'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구조활동과 함께 국가안보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개정을 했다고 설명을 하지만, 그 말대로 범정부적 차원에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하려면 청와대 안보실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함은 범정부적 위기관리 대응을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