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 떠나는 군무원, 퇴사 사유 1위는 "살 곳이 없다"…18.2%만 軍 숙소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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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2. 오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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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문우·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군무원, 3년간 3879명 이탈…퇴직 사유로 '숙소 미지원' '낮은 보수' 등 꼽아
실제 군무원 숙소 이용률은 '18.2%'…지난 국회서 지원법 발의됐지만 결국 폐기
자비로 숙소 구하는 군무원들…"초급간부와 월 지출 '5배' 넘게 차이 난다"
유용원 의원 "군무원 처우 불균형으로 사기 저하…인력 문제 넘어 전투력 손실"


9월3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제대군인 취·창업 박람회에서 군인들이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원도 홍천의 한 육군 부대에서 근무 중인 9급 군무원 A씨는 최근 의원면직(퇴사)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숙소 때문이다. 그는 부대 숙소를 지원받지 못해 인근 원룸에서 자비로 생활하고 있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관리비와 교통비까지 더하면 매달 지출이 70만원을 훌쩍 넘는다. 반면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하사 B씨는 간부 숙소에 거주해 월 지출이 14만 원에 불과하다. A씨는 "B씨와의 월 지출 차이가 다섯 배가 넘는다"며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 이런 차이를 감수해야 하느냐"며 씁쓸함을 토로한다.

이처럼 대한민국 군무원들의 주거 복지는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전국 군무원 보직 인원 중에서 부대 숙소에 입주한 인원은 불과 '18.2%'에 불과했다. 군 인력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간부 못지않은 책임을 지며 비전투 분야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력이지만, 정작 기본적인 주거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격오지에서 숙소를 알아보며 버텨야 하는 현실이 반복돼 온 셈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결국 논의에만 그치고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무원 전체 보직 인원 4만3298명 가운데 숙소 입주 인원은 7879명으로 숙소 이용률은 18.2%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육군 21.2%(보직 인원 2만5218명-입주 인원 5350명) ▲해군 9.6%(보직 인원 4947명-입주 인원 475명) ▲공군 17.6%(보직 인원 5082명-입주 인원 893명) ▲해병대 11.2%(보직 인원 948명-입주 인원 106명) ▲국직 14.9%(보직 인원 7103명-입주 인원 1055명)였다.

현행법상 군무원은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군인 숙소가 아닌 공무원 숙소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군부대가 주로 위치한 읍·면 지역에는 공무원 숙소 자체가 부족한 데다, 자비로 숙소를 구하려 해도 격오지 특성상 마땅한 거처를 찾기 어려워 근무에 불편을 겪는 실정이다. 사실상 숙소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9급 군무원은 초급간부인 하사와 비교해도 주거·교통비 지출이 5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군무원들의 핵심 퇴사 원인으로 이어졌다. 유용원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육군 군무원 의원면직자 원인 전수조사(2572명 대상)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숙소 미지원(16.4%)'를 퇴사 이유 1위로 꼽았다. 또 '낮은 보수(14.7%)', '근무지 생활 여건 열악(12%)', '높은 업무 난이도와 책임(10.6%)', '장래성 저조(10.6%)'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의원면직으로 군을 떠난 군무원은 최근 3년간 총 3879명에 달한다. 2022년 1083명에서 2023년 1448명으로 급증했고, 2024년에도 1348명이 자리를 떠났다. 여기에 채용 지원자 수도 해마다 감소세다. 2022년 6만7426명(경쟁률 9.3:1)이던 지원자는 2023년 3만9472명(8.5:1), 2024년 3만409명(7:1)으로 줄었다. 주거 복지와 근무 여건에 대한 불만이 인력 이탈은 물론 신규 지원자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시사저널 양선영


군무원 내부선 '형평성 반발' 문제제기 단체방도 만들어져

현직 군무원들 내부에서도 숙소 지원 등 열악한 복지 문제를 놓고 반발이 나오는 분위기다. 특히 일부 부대에선 '장병과의 형평성 문제'에 반발하는 취지에서 카카오톡 혹은 텔레그램 단체방을 만들어 집단 대응하기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무원 C씨는 시사저널에 "최근 숙소 지원 문제부터 사병 관리 등 간부 업무를 떠넘기는 지침 등에 대해 내부 공유하고 반발하는 단체방이 만들어졌다"며 "군무원들의 복지 문제는 매번 도외시돼왔는데 이번만큼은 꼭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해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격오지 군무원에게 주거 지원을 가능케 하는 '군인복지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원내 견해차와 이슈에 대한 관심 저조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결국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정부가 군무원을 '50만 대군' 국방 대계의 한 축으로 내세웠던 만큼, 군무원 이탈이 '국방력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용원 의원은 "군무원은 국군 조직의 한 축을 담당하며 '국방력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적 자원"이라며 "그러나 현실은 군 숙소 미제공, 일반 공무원과의 처우 불균형, 본연의 업무 외 과중한 지원 임무 등으로 인해 군무원의 사기 저하와 면직률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단순한 인력 문제를 넘어 전투 지원체계 전반의 효율성 저하, 나아가 전투력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따라서 군무원이 자신의 전문성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복지·근무 여건 개선, 직무 환경의 전문화 등 실질적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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