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조6000억원 중 3900억원이 현대로템 몫
내년 정부가 운용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개발도상국 차관 예산 중 4분의 1이 특정 대기업 한 곳에 몰려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내년 EDCF 예산안은 총 2조3000억원 규모다. 이 중 개도국 차관 사업 예산은 163개 사업, 총 1조6000억원 규모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가 89개 사업, 8235억원, 아프리카가 46개 사업, 6230억원, 중동·CIS(옛 독립국가연합)가 17개 사업, 1634억원, 중남미가 11개 사업, 17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 중 현대로템이 수주한 사업은 네 건인데, 관련 예산은 3897억원에 달한다. 이는 대(對) 개도국 예산의 24%를 차지한다고 차 의원은 지적했다. 현대로템 한 곳에 몰린 예산이 내년 중동과 중남미 전체 융자 사업 예산을 합한 것보다도 2200억원 많은 셈이다.
특히 현대로템 사업 네 건 중 세 건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EDCF 지원 방침이 결정되고, 차관 공여 계약(Loan Agreement)까지 체결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집트 카이로 메트로 2·3호선 전동차 구매 사업은 지난 2022년 7월 정부 지원 방침 승인 후 이듬해 차관 공여 계약이 체결됐다. 모로코 교외선 철도 차량 공급 사업은 올해 1월 승인 후 2월에 계약이,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차량 구매 사업은 지난해 6월 승인과 계약이 차례로 이뤄졌다. 특히 이 중 우즈베키스탄 사업의 경우 국제 경쟁 입찰 절차 없이 처음부터 현대로템을 낙점한 사실상의 수출 금융 방식으로 추진됐다고 차 의원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 차 의원은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지원 방침 결정 전인 2023년 9월 우즈베키스탄 경제부총리를 만나 '한국 기업 수주 시 EDCF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한 사실도 국토교통부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차 의원은 "EDCF는 개도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기금인데도, 지난 정부에서 특정 대기업 수주 지원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내 사업에서 현대로템과 명태균 간의 로비 정황이 이미 드러난 가운데 해외 수주까지 이어진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현대로템 측이 2023년 KTX와 SRT 사업 경쟁 입찰 전 명씨에게 사업 수주와 관련한 문건을 전달한 정황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