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면 사면 돼" 성난 민심에 기름 끼얹은 국토차관

이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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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1. 오전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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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이상경 1차관, 부동산 유튜브서 10·15 대책 설명하며 내놓은 발언 논란
"지금 사려하니 스트레스…기회 돌아오니 과민반응 할 필요 없어"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0월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생활숙박시설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국토부 제공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집값이 떨어지면 사라'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공급 대책이나 안정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무부처 차관이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토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차관은 지난 19일 부동산 유튜브 최다 구독자를 보유한 '부읽남TV'에 출연해 최근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입장과 정책 취지 등을 설명했다. 

이 차관은 해당 영상에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낮은 지역의 집을 사려 했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대출 제약으로 '내 집 마련'에 타격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취지로 발언했다. 

서울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에 묶은 이번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이 집값 하락 지역까지 일괄적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이로 인한 여파가 상당하다는 점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을 핀셋 규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비교적 넓은 구역을 지정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것이라고 이 차관은 설명했다. 

이 차관은 그러면서 "지금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15 부동산) 규제가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양해를 부탁한다"며 "만약 집값이 유지된다면 그간 오른 소득을 쌓은 후 집을 사면 된다. 기회는 결국 돌아오기 때문에 규제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이 차관의 발언을 둘러싼 비판이 쏟아졌다. 부동산 커뮤니티는 물론 온라인 상에서도 질타와 뭇매가 이어졌다. 

최근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무섭게 상승하면서 '더 이상 소득으로는 집을 살 수 없고, 정부가 대출 규제로 서민층의 사다리까지 치워버렸다'는 반발이 팽배한데 정작 주무부처 차관이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무주택자와 서민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 시즌2'라는 혹평이 나오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시장 안정은 커녕 불안과 울분만 키운다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 이 차관이 보유한 부동산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 수시 공개 현황에 따르면, 이 차관은 재산 56억6291만원을 신고했다. 이 차관은 본인 명의로 보유했던 경기 성남 수정구의 고등동 '판교밸리호반써밋'을 최근 매도해 소유권을 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관의 배우자는 성남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33억5000만원)과 정자동 근린생활시설 임차 보증금 1억원을 신고했다. 배우자는 아파트 임대 관련 채무 14억8000만원도 신고했다.

온라인에서는 "본인과 가족은 15억원가량 대출 받고 갭투자(전세끼고 매매)도 했는데 왜 일반 국민은 안되나" "내로남불" "소득 쌓아서 집 못 사는 서민은 한숨만 나온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 차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가천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첫 국토부 차관으로 지명됐다. 이 차관은 부동산 개발 이익 공공 환수에 대해 연구를 해오며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 및 환수를 주장해온 대표적 부동산 개혁론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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