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6만 명 다녀가…지역경제 60여억 원 파급효과 거둬
전남도-해남군, LPGA성공 개최…글로벌 스포츠 역량 과시
'동경 126도' 전남 해남의 지축이 들썩였다. 동경 126°(도)는 해남 화원면 주광리 오시아노 관광단지에 위치한 파인비치 골프링크스(CC)의 경선이다. 이곳에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규대회인 '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열리면서 조용하던 지역이 깨어났고, 지역경제에 활기가 돌았다.
"우리 마을에서 LPGA가 열리다니"…해남 시골마을 '축제'
전인미답의 LPGA대회가 열린 한적한 시골 해남 화원면 주광리 마을은 한껏 들떴다. 주민 김재호(56)씨는 "우리 마을에서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꿈 같은 현실에 마을 전체가 축제장으로 변했다"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또 "이곳에서 LPGA대회가 열리다보니 각종 언론사 기자들부터 외지인들까지, 지금까지는 좀처럼 방문객이 없었던 이곳에 갑자기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화원반도 서쪽에 위치한 주광리 일대 해변 일몰은 주변 작은 섬들과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이룬다. '주광낙조(周光落照)'는 해남 팔경 중의 하나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해 해남에서도 오지에 속한 주광리는 오시아노 관광단지가 조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발길도 거의 닿지 않던 곳이었다.
사방이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거주하고 있는 주민 대부분 소규모 농어업에 종사했다. 더구나 1992년 지정된 오시아노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수십년 째 소문만 무성한 채 좀처럼 진척이 없자 지난 2009년 덩그러니 들어선 골프장(18홀)은 원망의 대상이 됐다. 상전벽해(桑田碧海)일까. 본의 아니게 안팎에서 서자 취급을 받던 그 골프장에서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대회인 LPGA가 열린 덕에 마을도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해남 화원서 16~19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개최
이번 대회는 세계 170여 개국, 5억7000만 가구에 중계 방송되면서 전 세계에 땅끝 해남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 컷 없이 72홀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된 경기는 대회기간 동안 강풍과 비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 속에서도 6만599명의 입장객, 58억원 이상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뒀다. 호남권 최초로 열린 대회에 골프동호인을 비롯한 관광객들의 관심도 크게 증가해 대회 마지막 날인 19일 3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강풍과 궂은 날씨에도 1일 평균 1만여 명의 갤러리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전남도와 해남군은 호남권 최초로 개최한 '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했다. 대회 전부터 교통, 숙박, 통역, 홍보 등 전 분야에 걸친 철저한 준비와 세밀한 현장 대응에 나서 선수단과 관람객 모두에게 "완벽한 대회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 이번 대회를 전남을 세계에 알리는 무대로 삼았다. 대회장 전남홍보관에서는 남도국제미식박람회, 여수세계섬박람회 등 대형 국제행사를 소개하고, 전남 농특산물 시식과 관광 홍보 전시를 함께했다. 특히 주최도시인 해남군은 골프장 입구에 홍보관을 마련하고, 골프대회를 찾는 관람객들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해남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선수단 식당에는 해남 전복, 나주 배, 고흥 유자 등 지역 농수산물을 활용해 건강과 맛을 모두 잡았다. 외국 선수단과 미디어 관계자들은 "전남의 정성과 환대가 느껴졌다"고 찬사를 보냈다.
흥행 대박…선수단·관람객 "완벽한 대회" 호평
JTBC 골프채널 등 글로벌 중계를 통해 해남의 청정 자연과 남도의 매력이 170여개국에 전파됐다. 또한 대회 기간 해남지역 숙박·외식·관광업계 매출이 평소보다 크게 증가하며 지역경제에도 뚜렷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선수단과 관계자들은 "교통, 숙박, 안전, 언어 지원 등 모든 면에서 국제 기준에 부합했다"며 "전남은 향후 LPGA와 같은 세계적 스포츠대회를 다시 유치할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LPGA 대회는 '스포츠로 세계와 소통하는 전남'의 가능성을 확인한 상징적인 무대이자, 향후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 확대와 지역 스포츠산업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는 총평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번 대회를 위해 교통, 숙박, 홍보 등 전 분야 지원체계를 사전에 점검하고 완벽히 준비한 결과, 세계적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전남을 글로벌 스포츠 중심지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세계적인 대회가 해남군에서 개최되면서 세계인들에게 해남을 알릴 기회가 됐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해남이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스포츠 문화의 고장으로 기억되고, 더 많은 이들이 다시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 출신 김세영, 안방에서 5년 만에 우승
우승 상금 34만5000달러(약 4억9000만원)를 걸고 치른 4일간의 열전에서 김세영(32·스포타트)은 3만 명의 고향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5년여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해로 6회째인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19년 장하나, 2021년 고진영에 이어 세 번째다.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 합계 24언더파 264타를 기록해 하타오카 나사(20언더파 268타)를 4타로 차로 제치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영은 대회 개최지와 인접한 전남 영암군이 고향이다. 그는 대회 개막에 앞서 "고향 팬들께 우승 선물을 쏘겠다"고 출사표 던졌고, 그 약속을 지켰다.
이번 대회는 전 대회 우승자 한나 그린을 비롯해 이민지(호주), 김효주, 유해란, 올해의 루키 1위 야마시타 미유 등 세계 최고 수준 기량을 자랑하는 78명의 선수들이 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