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이 불붙인 또 다른 불평등
정부의 '부동산 안정'이 서민의 불안을 키운다
정부가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한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대폭 줄였다. 시가 15억 원 이하 주택의 한도는 현행 6억 원을 유지하되, 15억~25억 원 사이는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제한된다. 지난 15일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이른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다.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보유세 인상안이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과세 형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아예 안 한다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즉, 보유세 인상은 공식 의제에서 빠졌지만 정치적 온도는 여전히 끓고 있는 상태다.
주말 사이 그 불씨는 더 커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 보유세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미국처럼 집값이 50억 원이면 연간 보유세가 5천만 원이 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유 부담이 커지면 매물이 나오고 시장 유동성이 살아날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 논리를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 "부동산 세제의 큰 원칙은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이는 것"이 며 "거래세·취득세·등록세는 낮추되, 보유세는 높이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 모두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라는 방향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바로 보유세 인상이 월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세금 부담이 커지면 임대인은 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실증적 근거가 있다. 파이터치연구원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OECD 22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택 보유세와 월세는 명확한 정(+)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보유세가 오르면 월세도 함께 오르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상관관계만으로 인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금리나 주택가격 상승 등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연구진은 주택가격·이자율·임금 등 변수를 통제한 뒤 인과관계를 검증했다. 계량경제학의 '하우스만-테일러 추정법'을 적용한 결과, 보유세가 1% 오를 때 월세는 평균 0.06%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금이 결국 임차인에게 전가된다는, 이른바 '세부담 전가설'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핵심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공급 확대보다 세금과 규제에 의존한 결과, 단기적 가격 억제는 가능했지만 결국 시장은 더 큰 불안으로 되돌아왔다. 이번 정부가 같은 길을 걸어선 안 된다.
주택 보유세 인상은 세수 확보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시장의 자율적 조정 기능을 훼손하고 월세를 끌어올려 서민의 주거비를 악화시킬 것이다.
결국 진정한 부동산 안정의 해법은 세율이 아니라 시장 원리에 있다.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완화하며, 세제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 보유세 인상은 그 모든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정치적 단기처방일 뿐이다.
부동산 정책의 목적은 세금을 더 걷는 데 있지 않다.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는 지금이라도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장에 대한 신뢰가 곧 부동산 안정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