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공명당 대표 "자민당과 연정, 백지 만들고 지금까지 관계 끝낼 것"
야스쿠니신사 참배·외국인 문제 공감했지만…"정치자금 규제 두고 입장 차"
자민당·공명당 연정, 1999년부터 26년간 이어져 와…선거서도 긴밀히 협력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의 총리 지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이 연립에서 탈퇴한다고 밝히면서다.
1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이날 다카이치 총재와의 회담 후 자민당과의 연립정권으로부터 이탈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는 회담 이후 자민당과의 연정에 대해 "백지를 만들고 지금까지의 관계를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이토 대표는 이번 총리 지명 선거에서는 공명당 의원들이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공명당은 다카이치 총재 취임 이후 야스쿠니신사 참배, 비자금 스캔들 대응, 과도한 외국인 배척 등 3가지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책을 요구해 왔다. 사이토 대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외국인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을 통해 인식을 어느 정도 공유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지만, 정치자금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9일 도쿄에서 열린 공명당 회의에서는 자민당이 기업·단체 헌금(후원금)에 대한 규제 강화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연립 정권에서 이탈해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이 잇따라 제기됐다. 사이토 대표는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의 미기재 문제에 대한 자민당 측의 해명이 여전히 불충분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명당이 연정을 이탈할 경우 오는 21일로 예상된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지명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민당은 현재 중의원에서 과반 의석인 233석에 한참 못 미치는 196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공명당(23석)이 연정에서 이탈하고, 야당이 총리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임시국회 총리 지명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재의 선출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외교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달 26일부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주요 정상 외교 일정이 연이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1999년부터 야당 시절을 포함해 26년간 이어져 온 자민당-공명당 연정은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두 당은 그동안 선거에서도 긴밀히 협력해 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공조하지 않았다면, 자민당 지역구 당선자 132명 중 25명이 낙선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