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은 5%p, NBS는 2%p 지지율 이탈…리얼미터는 52%로 '3주째 하락세'
李, '내치-외치' 모두 연일 고전…여야는 '협치 실종', 대미 협상도 '교착 상태'
與 강성 인사들의 '과속' 행보에 李도 피해? 親明 내부도 "고민해 봐야" 비토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모두 하락세다. 리얼미터 조사에선 3주 연속 추락하며 50% 선도 위태로운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최근 협치가 실종된 '내치(內治)'와 대미 협상 교착 등 불안한 '외치(外治)'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과 운명 공동체로 꼽히는 여당 내 강성층의 사법부 압박 등이 중도층의 반감을 부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친명(親이재명)계 인사들조차 여당의 '과속'을 우려하며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9월26일 발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9.9%) 결과 이 대통령 지지율이 전주 대비 5%포인트(p) 떨어진 55%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 취임 후 갤럽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 중 가장 낮은 성적이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주 대비 3%p 오른 34%로 집계됐다. '의견 유보'는 11%였다.
특히 리얼미터 조사(9월29일 발표, 무선 자동응답 방식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9%p, 응답률 4.8%)에선 3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 달 전인 9월1주차만 해도 56.0%에 달했던 지지율은 이후 54.5%(9월2주차)→53.0%(9월3주차)를 거쳐 9월29일 발표된 9월4주차 조사에서 52.0%까지 떨어진 상태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44.1%는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응답을 유보한 비율은 4.0%였다.
이날(2일) 발표된 NBS 전국지표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주관, 전화 인터뷰 방식 진행,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5.6%)에서도 이 대통령은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해당 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긍정 평가는 57%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조사 대비 2%p 하락한 수치다. 반대로 부정 평가는 3%p 오른 34%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 기간 긍정적 뉴스를 국민들 밥상에 올리려던 정부 입장에선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왜 민심이 돌아서고 있는 걸까.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첫 번째는 '외치'에서다. 국익을 앞세웠던 대미 관세 후속 협상은 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오히려 '강대강' 국면으로 대치하는 모습이다. NBS 여론조사에서도 '외교'는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이유 중 1순위로 꼽혔다.
'운명 공동체' 與 지지율도 박스권…"李측 한숨 쉬어"
'내치' 문제 역시 이 대통령의 의중대로 쉽사리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야당은 '대(對)정부 투쟁'을 위해 6년 만에 장외투쟁에 돌입했고 여당은 '내란 정당 해산' 경고장과 함께 각종 논란이 있는 입법 개혁 과제를 몽골기병처럼 처리하며 정치 양극화가 어느 때보다 극심해졌다. 그 과정에서 여권 내부에서조차 특검법 합의나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등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당을 향한 민심은 대선 전후와 사뭇 다르다. NBS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직전 조사와 같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갤럽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정권 교체 후 최저치인 38%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두 조사에선 국민의힘과 두 자릿수의 넉넉한 지지율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면, 리얼미터에선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5%p(민주당 43.3%-국민의힘 38.3%,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3.9%)까지 좁혀졌다. 결국 박스권에 갇힌 여당 지지율이 운명 공동체인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대통령 지지율을 여당이 발목잡고 있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친명계 핵심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당 지도부와 광폭 행보 중인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겨냥해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정권 교체 정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민주당 지도부와 조희대 청문회를 진행했던 법사위원장과 많은 사람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출신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대통령보다 당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실에서도 그것 때문에 좀 한숨을 쉬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이 여야 간 조율한 특검법 합의안을 하루 만에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을 두고 "지금 이재명 정부 지지율이 떨어지면 그거(합의안) 뒤집은 게 제일 큰 요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 역시 추석 직전 민심 성적표를 놓고 고심에 빠졌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9월11일 진행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면 솔직히 신경 쓰인다. 기분은 나쁘다"면서도 "그러나 연연하지 말자, 이건 표면의 물결이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다독거린다"고 언급했다. 여당 내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 대정부 투쟁 고삐를 죄기 시작한 야당,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 등 내치와 외치의 고차방정식을 언제,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민심의 온도도, 흐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인용된 조사 결과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