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본인들이 신청해놓고 회의장 비워"…與, 필리버스터 어떻게 손보나

변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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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법안 상정→필버 신청→24시간 후 종료' 도돌이표 정국에, 여야 모두 '피로'
민주, '필버 신청 정당 의원들 필참' 국회법 개정안 검토…野에 '부담' 지우기
與 역풍 우려도…"野에 부여된 권한마저 좌지우지 고치면 '일당 독재' 입증"


왼쪽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9월29일 텅 빈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필리버스터 진행 중 피곤한 듯 눈가를 만지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무책임한 보여주기 쇼로 일관했고, 민주당의 민생 개혁 의지가 텅 빈 본회의장을 채웠다. 더는 '형식적'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남발하는 국민의힘을 방치할 수 없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소수야당의 입법 저지 수단인 '필리버스터' 제도를 손보겠다고 시사했다. 최장 24시간이 걸리는 '고행'인 만큼 야당 의원 본인들조차 신청해놓고 참석하지 않는 형식적 필리버스터로 개혁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정당 의원들은 무조건 본회의 참석을 강제하도록 만들어 필리버스터 신청 자체를 어렵게 하는 게 민주당의 전략이다.

1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국민의힘 본인들이 신청해놓고 불참해서 본회의장이 텅텅 비었다. 이 무슨 낭비냐"며 "정작 본인들도 피로감에 던져놓고 무책임하게 내팽겨 쳤다. 법안 반대 이유를 의원들과 국민들에게 설명한다는 본 취지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 내용과 관련해선 필리버스터 신청 정당 의원들을 강제적으로 참석시킬 장치를 만드는 것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를테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정당 소속 의원의 50~60% 인원은 본회의에 참석하게 하고, 만약 이를 어길 경우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필리버스터 진행 시간을 줄이거나 강제 종결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는 중이다.

기존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들은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동의 표결을 현행 무기명 수기 투표에서 전자 투표로 바꿔 소요 시간을 줄이거나, 국회의장단이 직무를 태만하게 할 경우 해임을 추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최근 주호영 국회부의장조차 자당 소속 의원들이 신청한 필리버스터 본회의 사회를 거부한 것과 연관되는 조항이다.

실제 최근 필리버스터는 본래의 '소수당의 최후 저항 수단' 취지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재명 정부 취임 후 국회의 입법 처리 과정을 보면 '여당의 법안 상정 → 야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 24시간 뒤 강제종료 → 여당 주도로 법안 통과' 흐름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면서 '약속대련'처럼 진행돼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필리버스터에서 법안 저지를 위한 설득 명분이나 결기를 보여주는 대신 '요식' 행위처럼 진행해왔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본인들이 특검법 합의 파기해 '필버 단초' 제공"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이를 계기로 필리버스터 제도를 과도하게 손봐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필리버스터의 본 취지 자체가 '소수야당'에게 입법 저지 권한을 주는 것인 만큼, 신청 정당 의원들이 참석을 하든 안 하든 입법 통과 시간을 지연시킨다면 그 자체로 필리버스터가 제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민들도 쟁점 법안이 어떤 내용인지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앞선 특검법 개정안의 경우는 이미 여야 원내지도부가 지난 9월10일 합의한 상태에서 여당이 먼저 파기해 야당의 필리버스터 추진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의 송언석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추진하던 특검 강화 방안을 일부 철회하는 대신 국민의힘이 정부조직 개정에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튿날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강성파의 제동으로 합의가 파기되면서 결국 국민의힘이 저항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야당의 최후 항전 수단을 여당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경우, 국민의힘의 '대여(對與) 장외투쟁' 명분을 강화해주는 셈이 된다.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민주당이 연일 졸속 입법 처리 과정을 보여주면서 실책을 범하고 있는 만큼, 야당의 최후 수단까지 본인들 입맛대로 바꾼다면 민심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본인들의 일당 독주 이미지만 강화하게 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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