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대학 교육 현장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도입 속도가 교육 정책과 윤리 기준보다 훨씬 빠르다는 진단이다.
교육 혁신을 위한 글로벌 대학·기업 협의체인 '디지털교육위원회(Digital Education Council, DEC)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대학생의 86%가 학습에 AI를 정기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 글쓰기·요약·개념 설명 등 과제와 시험에 사용하고 있다.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 조사에서도 대학생의 90% 이상이 과제 수행 과정에 AI를 활용했다고 답했다.
AI가 실제 학습 효과를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처는 하버드대 물리학 수업에서 진행된 무작위 대조 실험(RCT)을 소개했다. 이 연구에서 AI 튜터를 활용한 학생은 사람 교사에게만 배운 학생보다 더 빠르게 개념을 익혔다.
반면 칭화대가 공개하지 않은 연구에서는 AI를 쓴 학생이 수업 직후에는 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2~3주 뒤에는 오히려 낮은 점수를 보였다. 연구팀은 “AI가 학습을 단기적으로 촉진하지만 학생이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가짜 학습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습 과정에서의 뇌 활동 변화도 관찰됐다. 나탈리야 코스미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원팀은 대학생 54명의 뇌파 실험을 통해 챗GPT를 이용해 글을 쓴 학생의 뇌 연결성이 직접 작성한 학생보다 낮았다고 보고했다.
코스미나 연구원은 “AI 사용이 뇌의 여러 영역 간 협력을 줄일 수 있다”며 "장기적 영향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네이처는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하며 AI는 숙제를 대신해 사고를 멈추게 할 수도, 잘 활용하면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핵심은 대학이 AI를 어떻게 가르치느냐라며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AI와 함께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