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은 이준민 신소재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 강래희 시스템생명공학부 통합과정생 연구팀이 박보영 이화여대 교수, 김한준 고려대 교수와 함께 환자 본인의 세포와 조직으로 맞춤형 인공피부 이식재를 제작하는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지난 9월 소개됐다.
화상이나 만성 상처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자가피부 이식법’은 이식에 필요한 건강한 피부가 부족하고 수술 후 흉터가 남는 한계가 있다. 대안으로 최근 ‘무세포 진피 매트릭스(Acellular Dermal Matrix, ADM)’나 세포 주사 요법 등이 주목받는다.
ADM은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진피) 조직에서 세포 성분을 제거하고 콜라겐·엘라스틴 등 세포외기질(ECM) 만 남긴 생체재료다. ADM은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우며 세포 주사는 생존율이 낮아 효과가 제한적이다.
연구팀은 ‘몸이 스스로 알아보는 재료’에서 답을 찾았다. 집을 리모델링할 때 다른 집 벽돌을 쓰지 않고 원래 집의 설계도, 자재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연구팀은 환자 피부에서 세포를 제거한 탈세포화 세포외기질을 만들고 이를 같은 환자에게서 얻은 각질형성세포, 섬유아세포와 함께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다시 조합했다. 탈세포화 세포외기질은 조직 속의 세포를 제거하고 뼈대 역할을 하는 단백질 및 섬유 구조만 남기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생체 유래 재료다. 세포 부착과 성장에 적합한 생리적 환경을 제공한다.
환자의 단백질 조성과 미세구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본인의 조직을 다시 그 환자의 피부 재생에 쓰이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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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만든 맞춤형 이식재는 실제 피부와 유사한 복잡한 단백질 환경을 재현했다. 진피층 섬유아세포의 콜라겐 생성량이 기존 대비 2.45배 증가했으며 혈관 연결점과 혈관망 형성은 각각 1.27배, 1.4배로 높아져 산소 공급을 위한 새로운 혈관이 활발히 자라났다.
동물실험에서도 개발한 이식재는 염증을 크게 줄이면서 2주 만에 완전한 피부 재생을 이뤄냈다. 표피 이동 길이는 기존 대비 약 3.9배로 진피 두께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대조군이나 일반 젤라틴 기반의 하이드로젤을 쓴 경우와 달리 출혈·울혈 없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연구팀은 "무엇보다 몸이 이식재를 ‘내 것’으로 인식한 덕분에 면역 거부나 흉터 형성 없이 빠르고 안정적인 봉합이 가능하며 특히 ‘당뇨발(당뇨 합병증)’과 만성 염증성 상처 등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에도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준민 교수는 “환자에게서 얻은 재료를 다시 그 환자의 치료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맞춤형 재생 치료의 혁신을 보여주는 성과다”고 강조했다. 박보영 교수는 “환자 맞춤형 이식재로서 분명한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춘 연구다", 김한준 교수는 “환자 특성을 반영한 맞춤 재생의 모범 사례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참고자료>
-https://doi.org/10.1002/advs.202511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