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하는 실험쥐 등장…"여성 질환 연구 가속화"

이채린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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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자들이 월경을 하는 실험쥐를 개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부분의 실험 동물은 월경을 하지 않는다. 과학계에서 월경, 자궁 등과 관련된 여성 질환을 다른 질환에 비해 깊이 연구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 과학자들이 월경을 하는 실험쥐를 개발했다.

20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실험쥐가 월경을 하도록 유도한 연구결과를 9일 생물학과 의학 분야의 학술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했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월경을 하지 않는다. 월경을 하지 않는 포유류는 임신이 될 때 자궁 안쪽인 자궁내막이 두꺼워지면서 배아가 자궁에 잘 달라붙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임신이 시작돼야 자궁내막이 두꺼워진다.

이와 달리 사람을 포함해 유인원, 코끼리땃쥐, 박쥐처럼 일부 포유류는 난소에서 난자가 배출되기 전부터 자궁내막이 두꺼워진다. 배아가 없으면 두꺼워진 자궁내막이 떨어져 나오면서 피가 배출된다. 바로 월경이다. 이런 포유류들은 임신 전에 자궁내막이 두꺼워지며 월경을 하게 되는 것이다.

월경을 하는 동물이 많지 않아 연구자들은 일반 쥐에게 가짜 임신 상태를 만들어 연구를 수행했다. 프로게스테론이라는 임신 호르몬 수치를 높여 임신한 것처럼 만들고 자궁 안에 액체를 넣어 배아가 붙는 것처럼 자극을 줘 자궁내막이 두꺼워지게 만들었다.

그런 뒤 호르몬을 끊어 자궁내막이 얇아지면서 안쪽 세포가 떨어져 나오게 만들었다. 가짜 월경이다. 진짜 월경과는 달라 제대로 여성 질환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

2016년 과학자들은 월경을 하는 동물인 아프리카 가시쥐(Acomys cahirinus)를 새롭게 발견했지만 아프리카 가시쥐는 다루기 힘들어 동물실험에 적합하지 않다. 가시쥐는 포식자에게 잡히면 피부, 털, 근육, 귀 등을 스스로 떼어내 탈출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에 주로 쓰이는 실험용 생쥐에 집중했다. 실험쥐의 자궁내막 세포에 특정 수용체 단백질을 넣었다.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세포 내부에서 칼슘 반응이 커지고 이후 자궁내막이 두꺼워지도록 했다. 실험쥐에 프로게스테론(임신 호르몬) 수치를 높여 수용체를 더욱 자극했더니 실험쥐는 약 3일 후 3~4일간의 월경을 했다.

실험쥐는 자궁이 커지고 자궁내막의 혈관이 확장되는 등 사람의 월경과 유사한 특징을 보였다. 쥐의 월경액에 포함된 세포를 분석한 결과 사람 샘플과의 유전자 발현이 31% 일치했다.

실험쥐에는 사람의 월경에서 나타나는 일부 특징이 없었다. 예를 들어 자궁내막에 혈액을 공급하는 '나선형 동맥(spiral arteries)'이 형성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현재 월경을 하는 실험쥐를 이용해 사람에서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월경의 여러 부분을 탐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궁내막이 떨어져 나오기 전 자궁내막 세포가 서로 다른 세포 유형으로 구성된 고리(ring) 형태를 이루며 젊은 세포가 바깥쪽에서 오래된 세포 집단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연구에 참여한 차그리 체브림 하버드대 연구원은 “확장되는 고리 모양 세포가 주변 조직을 압박해 기능층을 자궁내막의 다른 부분과 분리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며 “자궁이 ‘안쪽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월경을 준비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리 구조가 자궁을 손상으로부터 보호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젊은 세포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늙은 세포로부터 자궁내막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실험쥐를 활용해 과다월경(heavy menstrual bleeding)에 관여하는 요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메신저RNA(mRNA)를 이용해 과다월경 경로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 월경량이 많은 사람들의 생리 부담을 줄이는 치료법을 개발한다.

<참고자료>
-doi: https://doi.org/10.1101/2025.10.08.6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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