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에 공생하는 박테리아·바이러스…"감염에 취약하면 치명적"

이채린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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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번식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3개월마다 교체해야
칫솔을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칫솔이 질병 확산의 잠재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용하는 칫솔에는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가 최소 100만에서 최대 1200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칫솔 주변 환경이 미생물이 번식하는 데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칫솔 위생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마크-케빈 진 독일 라인발 응용과학대 교수는 "칫솔에 있는 미생물은 3가지 원인에서 유래한다"며 "칫솔 사용자의 입, 피부, 칫솔 보관 환경이다"고 말했다.

물론 칫솔에는 사람이 사용하기 전부터 미생물이 서식한다. 2012년 브라징 상파울루대 연구팀이 브라질 매장에서 여러 제조업체의 새 칫솔 40개를 분석한 결과 절반이 이미 다양한 박테리아에 오염됐다는 연구결과를 '현미경 연구 및 기술(Microscopy Research and Technique)'에 발표했다. 대부분 사람에게 무해한 박테리아였다.

사용한 칫솔에서 발견되는 미생물 대부분은 무해하다. 우리 입에서 유래한 로티아 데노카리오사균(Rothia denocariosa), 미티스 연쇄상구균(Streptococcaceae mitis), 방선균(Actinomyces)이다. 이들 균은 충치를 유발하는 다른 미생물을 막아주기도 한다.

문제는 칫솔 사이에 치명적인 균이 숨어있다는 점이다. 비니시우스 페드라치 상파울루대 치의학과 교수는 "특정 연쇄상구균과 포도상구균은 충치를 유발하고 어떤 균들은 치주 질환으로 알려진 잇몸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난징대 연구팀은 사용 중인 칫솔에서 대장균, 녹농균, 장내세균처럼 위염, 식중독과 관련한 미생물을 발견한 연구결과를 2020년 공개했다. 페렴 간균과 아구창을 유발하는 칸디다 효모균도 칫솔에서 발견됐다. 이런 균은 입뿐 아니라 칫솔을 헹굴 때 사용하는 손, 물 등에서 온다.

칫솔이 보관된 환경이 미생물을 더욱 번식시킨다. 욕실은 따뜻하고 습한 공간으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공기 중으로 옮길 수 있는 미세한 물방울인 에어로졸이 많다. 진 교수는 "욕실에 보관하는 칫솔이 특히 오염되기 쉽다"고 말했다.

또 변기 물을 내릴 때 많은 바이러스가 칫솔로 옮겨 붙는다. 최대 1.5m 높이까지 확산된다. 에어로졸에는 독감, 코로나19, 노로바이러스 같은 병원균이 포함될 수 있어 감염 위험이 존재한다. 칫솔을 변기 근처에 두면 이 물방울이 칫솔모에 닿아 입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공용 화장실에서는 오염 가능성이 더 높다. 2015년 미국 미생물학회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학생용 칫솔의 60%가 대변 유래 세균에 오염돼 있었고 다른 사람의 미생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인플루엔자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칫솔에서 몇 시간, 구순포진을 유발하는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 1형은 최대 48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다. 질병 확산의 잠재적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칫솔에 있는 병원균으로 인한 위험은 낮지만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일부 칫솔에서 유래한 박테리아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보유해 감염 시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이탈리아 대학생들의 칫솔 50개를 분석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연구한 칫솔에서 다중 약제 내성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과학자들은 사용 후 칫솔을 세워두고 실온에서 자연 건조하는 것만으로도 미생물 수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바이러스 등은 건조 과정에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이다. 충치를 유발하는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균은 칫솔모에서 최대 8시간 생존하지만 12시간이 지나면 사멸하기 시작한다.

미국 치과협회와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칫솔 머리를 덮거나 칫솔을 밀폐 용기에 보관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 오히려 미생물 번식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효과적인 세척 방법으로는 0.12% 클로르헥시딘이나 0.05% 세틸피리디늄 클로라이드가 함유된 구강세정액에 칫솔을 5~10분 담가두는 방법도 있다. 헤어드라이어나 위스키로 소독하는 방법은 효과가 낮다. 전자레인지 살균은 효과가 높지만 칫솔모가 녹을 위험이 있다.

오래된 칫솔의 마모된 칫솔모에는 박테리아와 수분, 영양분이 더 많아 세균이 쉽게 번식한다. 미국치과협회는 3개월마다 칫솔을 교체하고 면역이 약한 사람은 더 자주 교체할 것을 권장한다. 진 교수의 연구에서는 칫솔의 박테리아 양이 약 12주 사용 후 최고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기존과 다른 접근법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오히려 박테리아 성장을 ‘촉진’하는 치약을 개발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치약으로 구강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세균을 접종하고 그 성장을 도와 건강한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스트렙토코쿠스 살리바리우스(Streptococcus salivarius)는 유해 세균을 억제하고 플라그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질랜드의 한 회사가 현재 박테리아 성장을 촉진하는 칫솔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균주인 리모실락토바실루스 루이테리(Limosilactobacillus reuteri)는 충치를 일으키는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와 경쟁 관계를 형성해 충치 예방 효과를 보인다.

진 교수는 “프로바이오틱 코팅이나 생리활성 소재를 이용한 칫솔은 입속 미생물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칫솔을 감염 위험이 아닌 구강 건강을 지키는 도구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면서도 “다만 이 분야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자료>
-https://analyticalsciencejournals.onlinelibrary.wiley.com/doi/epdf/10.1002/jemt.21020
-https://doi.org/10.3389/fcimb.2020.00017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5/06/150602130650.htm
-https://journalmrji.com/index.php/MRJI/article/view/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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