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EV 친환경성 부풀려졌다"…실제 주행시 이산화탄소 배출, 실험보다 4.9배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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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환경단체 교통과환경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실제 주행 이산화탄소 배출이 실험보다 4.9배 높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 제공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의 중간단계로 불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도 통상 '친환경 차량'으로 불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휘발유 차량에 가깝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유럽 환경단체 ‘교통과환경(Transport & Environment, T&E)’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실제 도로 주행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공식 시험 수치보다 평균 4.9배 높다고 밝혔다. 분석결과는 보고서 ‘연기 속의 진실: 커져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배출 스캔들(Smoke screen: the growing plug-in hybrid emissions scandal)’을 통해 16일(현지시각) 공개됐다.

T&E 연구팀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유럽에서 등록된 80만 대의 PHEV 차량을 조사했다. ‘차량 연료 소비 모니터링 시스템(OBFCM)’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1년에는 실험실 수치보다 3.5배, 2023년에는 4.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들이 발표한 공식 수치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보고서는 PHEV가 실험실에서는 휘발유·디젤차보다 75%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평균 19%만 적게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휘발유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전기모드 주행 비율(유틸리티 팩터, UF)’의 과대평가에서 비롯됐다. 제조사들은 차량이 전체 주행거리의 84%를 전기모드로 달린다고 가정했지만 실제 데이터는 27%에 불과했다. 전기모터 출력이 부족해 전기모드 주행 거리의 약 3분의 1에서는 내연기관이 함께 작동했다. 그 결과 전기모드 상태에서도 1km당 평균 68g의 CO₂가 배출됐다.

운전자는 전기모드 주행 시에도 연료를 소모하게 된다. 보고서는 운전자들이 연간 약 500유로(약 83만 원)를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과소평가로 인해 유럽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2021~2023년 사이 약 50억 유로(약 8조 3144억 원)의 탄소배출 과징금을 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T&E는 “PHEV는 ‘제로 배출로 가는 길의 우회로’일 뿐”이라며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은 2026년 자동차 CO₂ 기준 재검토를 앞두고 있다. 2027~2028년에 전기모드 주행 비율 보정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보정이 이뤄져도 실제 배출량은 공식 수치보다 여전히 18%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PHEV의 실도로 배출을 연구해 온 패트릭 플뢰츠 독일 프라운호퍼 시스템·혁신연구소 연구원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PHEV의 실제 배출 격차는 가솔린·디젤차보다 훨씬 크다”며 “정책은 실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를 앞둔 유럽연합의 탄소중립 교통정책 논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참고자료>
- transportenvironment.org/articles/smoke-screen-the-growing-phev-emissions-scan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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